대형화재를 겪은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상인들이 화재건물 주변 안전 담벼락에 옷가지를 진열해 두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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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장 시민들 몰려 발디딜 틈 없어…화재 피해 상인들 노점 열어 장사 열기
불이 나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던 대구 서문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24일 오전 서문시장은 설 대목장을 보러온 대구시민들이 몰려 들어 발디딜 틈이 없다. 불에 탄 2지구 상가 주변에는 노점들이 빼곡히 들어섰고, 인근 동산 상가와 1지구 상가 등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불이 난 2지구 건물의 안전 펜스에는 지난 주 부터 ‘임시 매장 이전’, ‘시장 화재 왕창 세일’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나붙었고 피해 상인들이 노점을 열기 시작했다. 2지구 주변에는 옷과 이불, 화장품, 생선, 반찬 등이 즐비하게 진열돼 한 눈에 대목 장임을 알 수 있다. 불이 난 상가 건물 1층에서 옷을 팔았었다는 박아무개(50)씨는 “불에 탄 건물 안에서 꺼낸 옷들을 대폭 할인해 팔고 있다”며 “손상된 물건은 아니기 때문에 손님들 입장에서는 평소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2지구 지하에서 7년 동안 반찬 가게를 해왔다는 50대 상인은 “반찬은 대목에 별로 팔리는 품목은 아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순 없어 시장으로 나왔다”며 “얼마 팔리지 않아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딛고 일어설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화재로 일터를 잃어버렸던 2지구 주변 노점상들도 이제 모두 제자리로 나와 좌판을 다시 폈다. 생선을 파는 한 60대 노점상은 “현장 수습 때문에 열흘 가량 일손을 놓아야 했고 지금도 손님이 많이 뜸하지만 그래도 함께 살아야한다는 생각으로 노점을 하려는 피해 상인들에게 옆자리를 조금씩 비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품목을 취급하는 2지구 상인들과 나란히 좌판을 벌이면서도 불만의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대체상가 마련 문제가 해결되면서 피해 상인들이 20여일 동안 봉쇄했던 주차 빌딩에 하루 평균 1300~1500대의 차량이 드나들어 시장 전체가 서서히 활력을 되찾아 가고 있다. 서문시장 동산 상가에서 아동복을 판매하는 박영이(45·여)씨는 “불이 난 뒤 시장 전체가 아예 영업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는데 며칠 전부터 단골이 아닌 일반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불이 난 2지구 건물은 화재 원인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르면 이달 말쯤 철거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구대선 기자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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