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5.26 21:40
수정 : 2015.05.29 11:13
첫번째 환자 접촉 의사·간호사 발열
부친 간호하던 딸 네번째 확진 판정
‘예상보다 강한 전염성’ 우려 목소리
보건당국 “일반인 확산 가능성 낮아”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처음 감염된 ㄱ씨를 진료한 의료진 2명한테서도 26일 발열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 ㄱ씨의 부인인 ㄴ씨, ㄱ씨와 같은 병실을 쓴 ㄷ씨, ㄷ씨를 돌본 딸 ㄹ씨 등 3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이들을 진료한 의료진한테서도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서 메르스의 전염성이 애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강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과 전문의들은 아직까지는 환자와 직접 접촉한 가족이나 의료진 안에서 이뤄진 ‘병원 감염’에 그치고 있는 만큼, 접촉이 없는 일반인들한테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택 격리 중이던 61명 가운데 2명에게서 발열 등이 나타나 이들을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긴 뒤 감염 확진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명은 ㄱ씨가 방문했던 의원에서 근무한 간호사로 ㄱ씨한테서 검사용 피를 뽑고 주사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명은 의사로 ㄱ씨가 찾은 또 다른 의원에서 ㄱ씨를 청진기로 검사하는 등 진료를 했다.
메르스 환자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중동지역에서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한 사람에게만 감염되는 제한된 전파 양상을 보였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확산 양상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아무개(53·경기 고양시)씨는 “사람 사이 감염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정부 발표를 들었는데, 첫 감염자 주변 사람들이 벌써 3명이 감염돼 우리나라에서는 더 쉽게 감염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에서도 김씨와 같은 염려의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감염 분야 전문의들은 국내의 감염 전파 양상이 중동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오명돈 서울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첫 환자한테서 감염된 환자들이나 감염이 의심되는 의료진 모두 밀접한 접촉에 따른 병원 감염으로 볼 수 있다. 현재까지는 첫 환자와 접촉이 없었던 사람들한테까지 전파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사스나 인플루엔자였다면 이미 세계 곳곳으로 번졌을 텐데 중동호흡기증후군의 경우 첫 발생 뒤 이미 3년이 지났지만 환자의 98%가 중동지역에만 분포할 정도로 전염도가 낮다”고 덧붙였다.
한편 ㄹ씨의 경우 아버지를 간호하느라 첫 환자 ㄱ씨와 한 병실에 있었기 때문에 격리병원에 입원시켜달라고 보건당국에 요청했으나 당국이 이를 거부하고 자택에 머물도록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병원 격리 요청을 할 당시 세번째 환자의 딸은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이때에는 유전자증폭 검사를 해도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다. 어디에 있든 관찰하는 게 전부라 자택격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격리병상은 확진된 환자를 외부와 격리해 치료하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환자와 접촉했어도 증상이 없다면 의료진이든 환자 보호자든 자택격리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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