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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29 22:03 수정 : 2015.05.31 10:32

중국으로 출국한 한국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29일 오후 메르스 감염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의 응급의료센터 입구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중국 출국 의심환자 확진 파문

29일 중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44)이 지난 19일부터 8일 동안 격리되지 않은 채 국내에서 일상생활을 한 상태여서 보건당국의 관리 밖에 있는 감염자(3차 감염)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한 사람들 모두를 격리할 방침이지만, 접촉 여부가 파악되지 않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보건당국이 초기 대응 실패와 허술한 방역체계로 메르스의 확산을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에서 확진된 이 환자가 아버지를 병문안한 것은 지난 16일이고, 사흘 뒤인 19일 발열 증상이 나타났다. 다음날인 20일과 21일 잇따라 첫 환자(68)와 아버지(76·세번째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아버지와 누나(네번째 환자)는 이 환자의 병원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보건당국도 가족관계 파악 등에 소홀했다. 이 때문에 이 환자는 26일 출국 때까지 회사와 집 등을 오가면서 자유롭게 생활했다. 발열 증상이 나타난 19일부터 8일 동안 이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한 사람은 부지기수일 것으로 보이며, 이들을 모두 추적해 격리해야만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권준욱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이 환자가 접촉했을 만한 가족, 직장 동료 등을 모두 확인해 발병 여부를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이 환자가 방문한 의료기관의 의료진 10명, 직장 동료 180명, 홍콩으로 간 항공기에서 이 환자 주변에 있던 탑승객 28명을 찾아 밀접 접촉 및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항공기 탑승자 가운데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는 26명(승무원 6명, 승객 20명)에 대해서는 귀국과 동시에 인천공항검역소에 격리하기로 했다.

아버지 간병 다녀온 뒤 발열증상
아무런 통제 없이 병원·회사 다녀
복지부,가족·직장동료·승객 격리
접촉 파악 어려워 환자 급증 우려

하지만 3차 감염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이나 회사 동료는 그나마 관리할 수 있는 접촉자들이지만 평소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이 문제다. 지금이라도 이 환자를 포함해 확진된 환자 등이 다닌 병원을 공개하고 이 병원을 다니면서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스스로 격리하고 보건당국에 신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동과 달리 첫 환자가 9명에게 메르스를 감염시켜 우리나라에서는 전파가 잘되는 변종 바이러스가 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보면 변종 바이러스일 가능성은 적다. 첫 환자가 증상이 가장 심해 감염 전파를 가장 잘 시킬 수 있을 때 무방비로 접촉했기 때문에 감염이 많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 있는 메르스 환자 9명 가운데 첫 환자와 여섯번째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부착하는 등 다소 악화된 상황이다. 나머지 환자 7명은 안정적인 상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공호흡기를 달았다는 것이 생명의 위협을 말하는 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산소포화도 등 검사 수치가 안정돼 있다. 이들도 면역력이 회복되면 치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방송>(KBS)은 지난 21일 네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취재·촬영기자 등 취재진 6명에게 2주 동안 자택에서 대기하도록 조처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또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여섯번째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10분가량 진료를 받아 의사 2명과 간호사 5명을 격리 중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성환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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