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31일 오후 메르스 의심증상 환자 격리센터가 설치돼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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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15명…중동국가 빼면 최다
첫 환자 같은층 입원자 뒤늦게 격리
중국행 환자 출국 전 행적 미궁
병원 밖 감염 확인땐 중대 고비
문형표 “국민께 불안 끼쳐 사과”
지난 이틀 동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3명 추가돼 31일 현재 국내 메르스 환자는 모두 15명으로 늘어났다. 이로써 중동을 빼면 메르스 환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안게 됐다. 메르스 전염력에 대한 오판, 소극적인 환자 관리 등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오판이 부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첫 환자와 접촉이 없었던 사람한테 메르스가 전파되는 3차 감염 여부다. 이 경우 메르스가 보건당국의 관리나 통제 범위를 벗어났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3차 감염 가능성을 ‘속단’도 ‘배제’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메르스 환자 확산은 정부가 초기에 방역 범위를 너무 좁게 설정한 데서 비롯됐다. 15명의 환자 가운데 첫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는 12명이다. 이 가운데 8명은 첫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지 않았지만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가 감염됐다. 이들은 아예 보건당국이 정한 자가격리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밀접접촉자 범위를 첫 환자와 한 병실을 쓴 환자나 보호자로 국한하다 보니 같은 병동 또는 같은 층 입원 환자는 처음부터 격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첫 환자 확진 8일 뒤인 28일 첫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던 71살 남성 환자(여섯번째)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제야 대책본부는 확진 검사 대상을 넓혔고, 그 뒤 병동을 같이 쓴 7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책본부는 뒤늦게 지난 28일엔 첫 환자와 같은 층에 입원했던 환자들을, 30일부터는 첫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에 지난 15~17일 입원한 모든 환자를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옮기거나 별도의 시설에서 격리중이다. 이 병원은 30일부터 휴원중이다.
보건 당국은 또 첫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쓴 환자의 아들(44·열번째 환자)이 발열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었음에도 이 남성의 중국 출장을 방치했다. 이 환자가 발병한 19일부터 출국일인 26일까지의 국내 행적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15명으로 늘어나 확산 우려가 커진 31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앞에 붙어 있는 메르스 관련 안내문 앞에서 출국을 앞둔 여행객들이 준비해 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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