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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01 18:48 수정 : 2015.06.01 23:45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1일 현재 18명으로 늘고 격리 대상자는 682명으로 급증했다. 환자 5명은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한다. 발원지인 중동의 몇 나라를 빼고는 세계에서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전염병 방역체계가 완전히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초기 대응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허술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5월17일 첫 환자를 진료한 종합병원이 메르스 증상과 바레인 방문 사실을 확인하고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했으나, 질병관리본부는 바레인이 메르스 발병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틀이나 늑장을 부렸다고 한다. 귀중한 초기 대응 시간을 날려버린 것이다. 미국은 중동국가 전체를 위험지역으로 분류해 대응한다. 또 네번째로 확진된 환자의 경우 애초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스스로 격리를 원했지만 보건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메르스의 전염력이 낮다는 판단도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메르스 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한 뒤의 대응도 주먹구구식이었다. 5월30일 129명이던 격리 대상자가 이틀 새 5배나 늘어났다. 그동안 격리 대상자를 가려내기 위한 역학조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국가지정 격리병상도 105개뿐이다. 환자를 중국으로 출국시켜 국제적 망신을 산 지 엿새가 지나서야 다른 의심 환자에 대한 출국 제한 조처에 들어간 것이나, 첫번째 확진 판정이 나온 지 열흘이 넘어서야 허둥지둥 민관합동대책반을 가동한 것도 한심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소동 속에서 1일 처음으로 메르스 관련 발언을 내놨는데, 그 수위와 내용으로 볼 때 청와대가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사태에 대처하고 있는지 회의적이다. 새누리당도 이날 뒤늦게 긴급 당정협의를 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무수히 되풀이했던 국민안전에 대한 약속이 무색하다. 예기치 않은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기초적인 매뉴얼이라도 갖춰져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러면서 정부는 남 탓에는 민첩한 모습이다. 협조하지 않는 감염자와 의료진을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더니 ‘괴담’ 유포자를 수사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초기 대응 과정에서 감염자와 의료진의 자진신고를 내팽개친 건 정부였다. 괴담은 정부의 불투명하고 무능한 대처에서 발원한다. 괴담 유포자 한 명을 색출할 시간에 감염 의심자를 한 명이라도 더 찾아내는 게 지금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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