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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01 21:48 수정 : 2015.06.02 08:45

국가 지정 병상 105개뿐
격리 대상 5배 늘었지만 시설 없어

첫번째 환자가 다녀온 바레인
발생국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

같은 병원 다닌 환자들은
다른 병원 출입 사실 뒤늦게 확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늑장 대처했을 뿐만 아니라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한 환자·의료진 관리, 격리시설 확보 등에도 여전히 주먹구구식 대응에 그치고 있다. 당장 보건당국은 1일 자가 및 시설 격리 대상자를 하루 새 5배 늘린 682명으로 확대했지만 이들을 수용할 마땅한 격리시설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첫 환자를 확진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다녀온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즉시 대처에 나서지 않으면서 접촉자 추적이 하루 이상 늦어진 것도 확인됐다.

■ 하루 사이에 격리 대상자 급증 왜?

보건당국이 격리 대상자를 대폭 늘린 것은 확진 환자들로부터 2차 감염이 확산되거나 3차 감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추가 격리 대상에는 첫번째 환자가 지난달 15~17일 입원한 병원에 같이 입원해 있었거나 이후 퇴원한 환자 및 그 환자가 접촉한 사람들까지 포함됐다. 또 10번째 환자가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접촉했던 것으로 확인됐던 이들도 격리 대상자에 들어갔다.

보건당국이 ‘메르스와의 전쟁’에 사활을 건 이유는 이번주가 확산 여부를 가늠할 ‘결정적 시기’여서다. ‘2차 감염’ 환자의 발병 시한은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인 14일을 고려할 때 5월31일 안팎이 된다. 따라서 이미 격리 대상이 된 이들과 2차 감염 환자들과 접촉해 새로 격리 대상이 된 사람들 중에서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으면 메르스는 이르면 이번 주말 수습단계에 접어든다. 하지만 ‘3차 감염’이 확인되면 방역체계를 일반 국민 대상으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현재 메르스에 대한 방역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유지하면서 복지부 차원에서 대처하고 있지만 3차 감염이 발생하면 경계 단계로 격상하면서 정부 전체 차원의 대책본부를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격리병상 부족하자 결핵환자 병상 비워달라

그러나 대폭 늘어난 메르스 격리자에 대한 관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대책본부는 메르스 감염 때 고위험군이 될 수 있는 240여명의 환자를 격리병상이 있는 병원이나 시설에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조사결과를 보면, 에볼라나 메르스 등과 같은 감염병 사태에 대비할 음압시설(병실 안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문밖으로 공기가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시설)을 갖춘 국가지정 격리병상은 모두 105개뿐이다. 그마저도 18개는 이미 확진 환자 치료에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결핵 등 다른 감염 환자가 사용하고 있는 격리병상을 비워달라고 요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에 있는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10여개의 격리병실이 필요하다고 해 해당 병실에 입원해 있던 40여명의 결핵 환자 중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은 퇴원시키고,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은 다른 병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격리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시설이나 병원에 격리 대상자를 두면 또다시 대규모 메르스 전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첫 환자와 접촉한 환자 격리 안돼 다른 병원 방문

첫 환자 ㄱ씨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가 메르스에 걸린 한 환자가 이 병원에서 퇴원했다가 곧바로 두 종합병원의 응급실을 찾은 사실도 드러났다. 또다른 환자 역시 같은 기간 입원해 있다가 퇴원 뒤 의료기관 두 곳을 찾았다. 보건당국이 격리 대상을 같은 병실 환자로 제한한 탓에 자유롭게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 환자가 들른 의료기관 4곳의 의료진도 격리 대상에 올랐다. 보건당국은 또 첫 환자 ㄱ씨의 확진 과정에서도 안이하게 대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첫 환자 ㄱ씨는 지난달 11일 기침·발열 등 메르스 증상을 보인 뒤 확진 때까지 4곳의 병·의원을 다녀갔다. 그 과정에서 ㄱ씨가 찾은 두번째 병원은 ㄱ씨가 바레인을 방문했고 기침·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자 질본에 메르스 감염 여부 검사를 요청했지만, 질본은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다른 호흡기 질환 가능성을 알아보는 검사를 하느라 30여시간 뒤인 19일 오후에야 질본이 환자의 검체를 가져갔고 20일 아침 확진이 이뤄졌다. ㄱ씨의 접촉자를 파악하는 데 하루 이상이 늦어진 셈이다. 메르스 위험 지역을 사우디아라비아 등 특정 나라에만 한정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이날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하거나 융통성 없이 적용했다”고 시인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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