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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03 20:05 수정 : 2015.06.03 22:29

메르스 비상

김무성 “안 만나다가도 일 생기면…”
유승민 “어른스럽지 못한 이야기”
청와대 “복지장관도 회의 안불러”
국회법 처리과정 앙금 남은듯 

중진회의선 ‘유승민 흔들기’ 비판
이재오 “생각이 있는 정부인지…”

청와대는 3일 새누리당이 제안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처를 위한 긴급 당정청 회의를 거부했다. 청와대는 “현장에서 수습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초기 대응에 실패한 당·정·청이 메르스 대책 마련에서도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대응 능력은 국민께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며 “새누리당도 이번 사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긴급 당정청 회의를 제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도 이날 서울대 특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만나다가도 일이 생기면 만나서 상의해서 협조하는 게 당정청인데 의견이 다르다고 회의를 안 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고,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어른스럽지 못한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조속한 협의 재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현 수석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메르스 대응 긴급점검회의 뒤 브리핑에서 “(메르스 대응) 당정청 회의의 핵심은 복지장관인데 대통령조차도 복지장관이 긴급회의까지 오면 수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 부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정청 협의를 지금 여는 것은 수습하는 데 현재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에 따라 국회법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당청 갈등은 메르스를 계기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오전 열린 새누리당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선 비박근혜계 중진의원들이 연일 당을 공격하는 청와대와 유승민 원내대표 흔들기에 열을 올리는 최고위원 및 친박계 의원들의 행태를 정면 비판했다. 5선인 이재오 의원은 “청와대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 보면, 이 정부가 생각이 있는 정부인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첫번째 환자가 죽는 날 청와대는 국회법을 못 받아들인다고 했다”며 청와대의 무능함을 질타했다. 이 의원은 이어 “지금이야말로 당정청 회의를 통해 국민 불안을 방지할 때”라며 “사람 죽고 나서 관계부처 첫 회의를 하는 정부가 이런 말을 할 양심이 있나”라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4선인 정병국 의원도 “국가적 역량을 다 모아도 부족한 시점에 당청 갈등은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무책임 정치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오늘이라도 당정 협의를 재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메르스로 온 국민이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집안싸움 때문에 국민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상황을 국민이 어떻게 보겠는가”라며 “응당 열어야 할 당정청 협의마저 청와대가 거부하는 것은 이 정권이 얼마나 무책임한 집단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최혜정 석진환 이세영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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