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04 19:46
수정 : 2015.06.05 00:03
|
4일 청와대 본관 출입문 앞에 설치된 열감지 카메라가 출입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마키살 세네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연합뉴스
|
메르스 비상
문재인 “무능하고 부실하기 짝없어”
유승민 “정부·국회 책무 다했는지…”
정병국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나”
메르스 대응단계 격상 여부 묻자
“청와대에 물을 것은 아닌것 같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으로 온 나라가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보건당국과 청와대의 메르스 초기대응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세월호 초기 대응을 보는 것 같다”는 혹평이 터져나왔다. 청와대가 이번에도 국가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최상위 ‘컨트롤타워’로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세계 환경의 날’ 기념 국회 탈핵행사에서 “메르스에 대한 대응을 보면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무능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청와대를 정조준했다. 그는 이어 2003년 참여정부의 ‘사스’ 대응 사례를 언급하며 “그때는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국무총리가 범정부대책기구를 진두지휘하면서 사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을 빈틈없는 방역체계로 막아냈다”며 “(이번) 메르스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심을 잡고 총리대행이 범정부대책기구를 진두지휘해 메르스 대란을 막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께서 메르스 대응 긴급점검회의에 참석해 ‘확산을 막고, 대처방안을 국민께 알리라’고 말한 것은 아직도 위기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이라고 평가했다.
|
정부-청와대의 메르스 초기대응 실패에 대한 여야의 비판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여권 내부에서도 정부와 청와대의 초기대응 실패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본 책무라는 점에서 이번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우리 정부와 국회가 과연 그 책무를 다했는지 반성한다”면서 “이미 정부 보건당국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병국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꼭 1년 전에 세월호 참사를 겪었던 당시의 상황을 다시 연상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정 의원은 “보건복지부나 청와대가 심각성을 바로 인지하지 못하고 한참 지나서 전국적으로 확산이 되니까 그때서야 비상대책반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몇 년 전 사스에 대처하는 가장 모범적인 방역국이라고 했던 나라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일단은 책임 소재를 따지기보다 사태의 진화에 주력하겠다는 태도다. 전날 메르스 긴급점검회의를 통해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박 대통령도 이날 메르스 감명 현황 및 정부 차원의 대처 현황 등을 보고받으며, 메르스 추가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감염 확산뿐 아니라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심각한 우려들이 제기되면서, 청와대도 메르스에 대한 총력 대처 체제로 전환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도 ‘메르스 (대응) 단계를 격상할 일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청와대에 물어보는 건 아닌 거 같다”고 답하는 등 여전히 소극적인 대처를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3차 감염이 이어지고 격리자가 급증해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첫 확진 이후 지금껏 감염병 위기관리 매뉴얼의 위기단계를 ‘주의’로 유지하고 있다. 위기 단계는 ‘관심’부터 ‘주의’, ‘경계’, ‘심각’ 순으로 높아지는데, 정부는 아직 감염이 지역으로 전파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주의’ 단계를 격상하지 않고 있다.
석진환 이승준 기자
soulfat@hani.co.kr
[그래픽 뉴스] ‘메르스 대란’, 당신이 꼭 알아야 할 10가지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