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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04 21:40 수정 : 2015.06.05 14:22

‘2차 감염자’ 무방비 이동

직접 접촉했던 구급대원들
터미널에 있었던 이용객 등
자신도 모르는새 노출됐을수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환자가 버스로 1시간30분 동안 무방비로 이동한 사실이 4일 알려져 무차별적인 ‘병원 밖 감염’(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할 우려가 커졌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이런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음에도 이 환자에 대한 세밀한 역학조사나 버스 승객에 대한 추적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이라도 버스 승객을 찾아내 격리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 환자는 첫 환자와 경기도 평택 병원의 같은 층에 입원해 메르스에 감염됐다. 첫 환자와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지난달 15~17일이다. 25일 고열로 평택의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 시외버스로 서울 대형병원으로 이동한 것은 27일이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30일이지만, 27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입원 당시 응급실에 있던 이 병원 의사는 29일부터 미열 등 메르스 증세를 보였다. 잠복기가 2~14일인 것을 고려하면 이 의사는 27일 ‘3차 감염’이 이뤄졌을 확률이 높다. 이 환자가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한 날이다. 만약 이 환자가 27명의 환자를 발생시킨 첫 환자나 4명의 환자를 발생시킨 2차 감염자(16번째 환자)처럼 전염력이 강하다면 함께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한테 메르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동시간이 1시간30분이어서 보건당국이 밝혀온 메르스 감염 조건인 “2m 이내, 1시간 이상”에 승객들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더욱이 이 환자가 전염시켜 이날 5번째 3차 감염자가 된 대형병원 의사의 경우 응급실에서 이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았음에도 전염이 됐다. 27일 당일 환자의 메르스 바이러스 전염력이 이렇게 강력했다면 버스 승객뿐 아니라 당시 버스터미널에서 이 환자와 접촉했던 시민들도 감염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이 환자는 서울에 도착한 뒤 대형병원까지 119 구급차로 10분 동안 이동했다. 119 구급대원들도 감염됐을 수 있다. 이들도 보건당국의 격리 대상에 올라 있지 않아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민들과 접촉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일반 시민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 메르스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보건당국이 이 환자의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날 오전 권준욱 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못하다 오후에야 시외버스 이동 사실을 인정하고 승객을 추적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르스 환자의 이동 경로 등 가장 기초적인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려워 은폐 의혹도 일 것으로 보인다.

이 환자가 25일 입원했던 평택의 또 다른 병원도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뒤 보건당국이 방역 수준을 주의 단계로 높였음에도 메르스 증세를 보이는 환자에 대해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고 홀로 서울로 이동하도록 방치했다. 보건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일선 의료 현장까지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거나, 해당 병원에서 방역에 소홀했다는 점에서 방역체계에 커다란 허점이 있었음이 또다시 드러난 셈이다.

박수지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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