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05 19:40
수정 : 2015.06.05 21:55
터미널 갈 때도 대중교통 이용 가능성
동승자·터미널 이용자도 감염됐을 수도
이동 과정·접촉자 수 아직 확인 안돼
중앙대책본부 “버스노선·시간대 곧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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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복을 입은 보건소 직원이 5일 오후 서울의 한 병원에서 한 환자의 짐을 들고 구급차로 걸어가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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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환자가 버스를 타고 무방비로 이동한 사실이 확인돼, 버스와 버스터미널을 이용한 다른 승객들의 ‘병원 밖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한겨레>가 확인한 메르스 14번 확진 환자의 이동 경로는 경기 평택시외버스터미널~서울남부터미널이다. 시간대는 지난달 27일 오전 11시께로 추정된다. 14번 환자가 낮 12시40분께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호흡곤란으로 119 구급차를 부른 시간을 바탕으로 역산한 결과다. 14번 환자가 탔던 것으로 알려진 버스회사 관계자는 “현재 이 차량 내부를 소독하고 운행을 정지시켜 놨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날 같은 시간대에 버스를 함께 타고 있던 승객들은 메르스 감염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 14번 환자는 이날 첫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을 나와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원에서 터미널까지의 거리는 3㎞ 안팎이어서 몸이 아픈 환자가 걷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거리다. 따라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14번 환자가 시내버스를 이용했을 경우다. 병원에서 터미널까지 가는 시내버스 노선은 모두 4개인데, 정류장은 노선에 따라 다르지만 6~7개다. 역시 이 환자와 함께 버스를 탄 승객들은 20여분 동안 메르스 감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경기도가 2014년 8월 작성한 ‘여객자동차터미널 현황’을 보면, 14번 환자가 이용한 평택시외버스터미널의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2010명이다. 시간대별로 이용객 수가 다르긴 하지만, 14번 환자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터미널에 있던 시민들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평택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울남부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는 새벽 6시20분부터 밤 9시50분까지 10~30분 간격으로 있고, 하루 40여회가량 운행된다.
하지만 이 환자의 역학조사가 5일 현재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동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시민들과 접촉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14번 환자의 이동 경로에 대한 <한겨레> 취재 결과에 대해 확인을 요구하자 “해당 버스회사에 알아본 결과,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조만간 14번 환자가 이용한 버스 노선과 정확한 시간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이 환자와 동행한 탑승객 중 밀접한 접촉자(2m 이내)로 볼 수 있는 옆 좌석, 앞·뒤 좌석 승객은 명백하게 메르스 전염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향후 동선을 공개하고 탑승객을 찾아 조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메르스 바이러스가 일단 몸 밖으로 나와 버스 좌석과 같은 표면에 붙거나 바닥에 떨어질 경우 감염 위험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버스를 다른 시간에 이용한 승객들은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김기성 허승 박수지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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