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07 19:18
수정 : 2015.06.07 19:27
문병 발길 뜸하고 초진 환자 돌려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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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로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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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메르스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은 7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에 잠겨 있었다. 평소 같으면 휴일을 맞아 면회객으로 북적거렸을 본관 로비에는 마스크를 쓴 10여명의 사람만이 보일 뿐 썰렁한 분위기였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삼성서울병원에는 메르스 환자 발생 사실이 알려진 지난주부터 방문 환자 수가 급감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지난주 초반인 1~3일엔 방문자가 30% 감소했고, 4~5일엔 50%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14번 메르스 환자가 현재까지 17명을 감염시킨 문제의 응급실은 운영은 되지만 새로운 환자는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
입원·수술 날짜가 이미 정해진 환자들은 불안을 억지로 누르고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대구에서 거주하다 이날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러 온 직장암 환자 ㄱ(58)씨는 “이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많이 나왔다고 하니까 자식들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여기서 3년 동안 진료을 받아 다른 병원을 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77살의 아버지가 이날 입원한 황아무개(48·경기도 남양주)씨는 “3월에 수술을 한 게 잘 안돼서 다시 수술을 받는다. 메르스가 무섭지만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40대 중반의 ㄴ(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는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데리고 보건소와 동네 이비인후과를 전전해야 했다. ㄴ씨 아들은 14번 메르스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있던 지난달 28일 이 병원의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한 적이 있다. ㄴ씨는 “아들이 지난 5일부터 열이 오르고 기침을 하면서 가슴 통증을 호소해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의사에게 삼성서울병원에 들렀다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대기실에 있던 환자들이 서둘러 자리를 뜨고 의사는 화를 내며 우리를 쫓아냈다”고 하소연했다. 강남구 보건소도 체온만 쟀을 뿐 메르스 검진을 해주지 않고 삼성서울병원에 다시 가보란 이야기만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마침 이날부터 일반인을 상대로 메르스 검진을 시작해 아들이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하루 뒤에 나온다는 답을 들었다. ㄱ씨는 “메르스에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검진을 요청했는데도 병원과 보건소가 뱅뱅 돌리기만 했다. 다들 정신 못 차린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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