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08 21:52
수정 : 2015.06.08 21:52
메르스 비상
청와대 거듭 해명…앞뒤 안맞아
정책수석 3일 회의뒤 공개 부정적
4일 박원순시장이 되레 공개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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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역대응 및 방역지원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범정부 메르스 대책 지원본부 상황실을 방문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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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7일에야 메르스 감염 관련 병원정보를 공개한 것에 대해 전날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에 이어 청와대도 8일 “박근혜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병원 공개가 사실상 여론에 떠밀려 이뤄진 측면이 강함에도, 이를 박 대통령의 결단에 의한 것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으로 오히려 궁색함만 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긴급점검회의 때 “전문 태스크포스를 통해 문제점의 진원지, 발생 경로를 철저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당시 국민들이 요구했던 ‘병원 공개’ 여부에 대해선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또 박 대통령의 말이 모호해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당시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대통령 주재 회의 뒤 “병원을 공개하라, 하지 마라는 포인트가 아니다”라며 병원 공개에 부정적인 방침을 밝혔고, 당시 언론도 대부분 ‘청와대, 병원 공개에는 반대’라는 톤으로 보도한 바 있다. 다음날인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를 향해 병원 공개를 강하게 요청할 정도였다.
대통령 주재 회의 뒤 4일이나 지난 뒤에나 이뤄진 병원 공개는 박 대통령 지시라기보다는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강남 일대가 혼돈에 빠지는 등 더는 병원 공개를 피하기 힘든 막다른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대통령 지시(3일)와 정보공개(7일) 사이에 왜 (나흘이란) 시차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발표에 따른 여러가지 상황을 미리 예상해서 준비하고 그런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7일 병원 공개 당시, 발표 시간을 두 번이나 늦추고, 병원 이름이 틀리는 등 오류투성이였는데, 이를 위해 나흘이나 준비했다는 설명도 잘 납득되지 않는다.
현정택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무 참모로서 병원 공개 지시를 받고서 당시엔 왜 정보 공개에 부정적인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민 대변인도 ‘현 수석이 대통령 지시를 잘못 이해했느냐’는 질문에 “해석은 여러분(기자들)이 해주시고, 대통령 지시 있은 직후에 상황에 대한 인식들을 서로 다듬고 그러는 과정에서 이해해주면 된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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