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5월 23일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카타르 도하발 항공기의 특별 검역 상황을 점검하며 열감지 영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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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늦장 초동 대응, 비전문가 컨트롤타워의 낙관론
대통령의 잘못된 상황 파악, 정부가 유언비어 진원지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와 2015년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전염 확산은 닮았다. 무능력과 무책임은 쌍둥이 같고 골든타임은 또 놓쳤다. 늦장 초동 대응 탓에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 비전문가로 구성된 컨트롤타워의 안일함은 끝이 없었다. 치료하고 구조할 인력과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훈련이 안 됐다. 세월호 사고 뒤 7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냈던 대통령은 메르스 발생 13일째 되는 날에 메르스를 처음 언급했다. 메르스 감염자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1. 늦장 초동 대응
메르스 2015년 5월11일 최초 환자(68)는 기침·발열 등을 앓았다. 병원 4곳을 전전하다가 5월17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가 고열 증세 등으로 찾아간 4번째 병원이었다. 진료하던 의사는 메르스를 의심했다. 환자가 중동 지역인 바레인을 다녀왔다고 말하자 그는 보건 당국에 신고했다. 5월18일 오전이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검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30시간 뒤 병원은 다시 메르스 검사를 요청했고 5월20일 확진 판정이 나왔다. 최초 환자에게서 감염 증세가 나타난 지 9일, 병원이 메르스를 의심한 지 2일 만이었다.
세월호 4월16일 아침 8시53분 학생 최덕하(17·사망)군이 119에 “배가 기울고 있다”고 신고했다. 3자 통화를 받은 해양경찰은 경도와 위도를 물으며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오전 9시7분 세월호와 교신을 시작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도 배가 급속히 기우는 상황인데 선장에게 “알아서 하라”며 퇴선 명령을 미뤘다. 이는 “비상탈출 여부는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선장이 판단할 사항”이라는 해경 상황실의 지시를 따른 것이었다.
2. 오락가락 피해자 수
메르스 초기 역학조사에서 보건 당국은 환자와 2m 이내 거리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만 ‘밀접 접촉자’로 보고 격리 관찰 대상으로 잡았다. 그런데 5월28일 최초 환자와 10m나 떨어진 같은 병동의 다른 병실에 입원했던 환자가 감염자로 확인됐다. 또 다른 환자의 아들(44·10번째 환자)도 5월19일부터 발열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었음에도 중국 출장(5월26일)을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검역망 밖에서 다른 병원을 방문했고 또 다른 환자와 의료진을 감염시켰다. 결국 세계 최초로 3차 감염자가 등장했다.
세월호 탑승자 수와 실종자, 구조자 수가 끝없이 바뀌었다. 탑승자 수는 사고 첫날부터 477명→476명→459명→462명→475명으로 거듭 조정되다 마침내 476명으로 굳어졌다. 구조자 수도 161명→368명→164명→179명으로 계속 변하다가 174명으로 정리됐다. 174명으로 확정됐던 구조자 수는 사고 발생 20일 만에 다시 172명으로 줄었다. 동일인이 중복 기재되고 실제 탑승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3. 무지한 대통령
메르스 “5월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6월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처음 메르스를 언급했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3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15명의 환자”는 틀린 숫자였다. 이날 아침 보건 당국은 감염 환자가 18명이라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역대응 및 방역지원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범정부 메르스 대책 지원본부 상황실를 방문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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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4년 5월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연설 말미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거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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