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09 20:04
수정 : 2015.06.09 21:35
5월28~29일 일반입원 20여명
사실상 대책없이 내몰아
확진자 있을땐 ‘슈퍼 전파자’ 우려
6월4일에야 CCTV 분석 마쳐 ‘뒷북’
여러 사람과 접촉한 ‘1번 환자’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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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확산으로 10일부터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의 일반환자 진료 중단이 결정되면서, 이 병원에 다니는 환자들이 9일 오전 인근 약국에 몰려 밖에서까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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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환자를 포함해 37명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일반 환자 20여명이 지난달 28~29일 강제 퇴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환자들을 사실상 병원 밖으로 내몬 셈이어서 ‘3차 감염’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와 평택성모병원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1번 환자가 발생하고 감염자가 계속 나오자 정부는 지난달 28일 평택성모병원 간호사 등 의료진에 대한 격리 조처를 결정했다. 당시 이 병원에는 수십명의 환자들이 입원해 있었는데, 간호사들이 격리되면서 환자를 더는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평택성모병원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환자 건강 문제도 있고, 일반 입원 환자를 강제로 내보낼 수 없으니 병원 통제, 간호사 지원, 메르스 전담병원 지정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질병관리본부에서 어렵다고 의사를 밝혀, 입원 환자들이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느닷없이 병원을 나가야 했던 환자들이 병원 쪽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덧붙였다.
일반 입원 환자들은 정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다른 병원을 찾거나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간호 인력이 격리된 평택성모병원은 지난달 29일부터 임시 휴원을 하고 있다. 중환자들의 경우 휴원 뒤에도 정부가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사흘 동안 평택성모병원에 머무르기도 했다. 일부 중환자는 호흡기를 달고 300㎞ 떨어진 경상북도 경주까지 이송돼 비난을 샀다.
더 큰 문제는 퇴원한 환자들 중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있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3차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병원에 머물렀던 1번, 14번, 16번 환자가 ‘슈퍼전파자’가 돼 감염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대책본부 자료를 보면, 지난달 28~29일 평택성모병원을 나온 뒤 메르스 확진을 받은 환자는 확인된 것만 6명이다. 이들이 평택성모병원에서 강제로 퇴원했는지, 자발적으로 옮겼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들은 평택성모병원을 나오고 일주일 뒤인 이달 5~6일 확진을 받았는데, 다른 사람에게 메르스를 전염시킨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가 평택성모병원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첫 환자가 나오고 열흘이 지난 뒤 입수하는 등 ‘초동 대처’에 허술했던 정황도 나왔다. 1번 환자가 누구와 접촉했는지 파악하려면 시시티브이 영상 자료 확보와 분석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런데도 뒤늦게 평택성모병원 시시티브이 자료를 수거한 정부는 첫 확진 환자 발생 보름 만인 지난 4일에야 분석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시티브이에는 1번 환자가 기침을 하면서 병원 곳곳에서 여러 사람을 접촉한 사실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5일 평택성모병원을 이용한 사람들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뒷북 대처’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관계자는 “여러 가지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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