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대상 3439명·검사인력 229명
중동·감염병원 다녀온 사람 우선
의심증세만으로는 검사 안해줘
보건소·병원 들렀다 헛걸음 일쑤
당국 “더 위험해 보이는 사람들 우선
신종 병이라 진단시약 준비도 어려워”
1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음압격리병실에서 의료진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를 돌본 뒤 병실을 나서고 있다. 음압병실은 병실 안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문 밖으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공기가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시설을 갖춘 곳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발열과 기침만으로는 메르스 검사를 받을 수 없다네요.”
경기도 광명에 사는 직장인 곽아무개(38)씨는 지난 9일 고열과 기침 등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어머니를 관할 보건소에 모시고 갔다가 헛걸음을 했다. 메르스 발병국이나 환자가 발생한 국내 병원을 방문한 적이 없으면 메르스 검체 채취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곽씨는 “어머니가 1주일째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 우려도 있는데 독감 진료만 권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마음은 불안한데 메르스 검사를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이들이 많다. 메르스 검사가 ‘하늘의 별따기’가 된 이유는 메르스 격리·검사 대상자가 급증하면서 감염 위험이 뚜렷하지 않는 이들까지 검사할 만큼 장비나 시약 등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10일 현재 메르스 관련 격리대상자만 3439명에 이르고 감염 여부를 검사 중인 인원은 229명에 달한다. 보건당국은 별도 감염 위험이 없는 일반인들의 ‘비슷한 증세’까지 일일이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이나 대형병원 등에서 검사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김아무개씨(경기도 성남)는 나흘만에 겨우 메르스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이틀간 발열과 기침에 시달리던 김씨는 지난 5일 관할 보건소에 전화 문의를 했다. 보건소는 ‘중동지역과 메르스 환자 발생·경유 병원에 간 적이 없으면 메르스 검사를 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불안한 마음에 김씨는 정부의 ‘메르스 핫라인’(043-719-7777)에 전화를 걸었고, 담당자는 ‘집 근처 종합병원에서 메르스 검사를 받으라’고 알려줬다. 그러나 해당 병원은 ‘메르스 검사를 할 수 없다’고 했고, 이에 김씨는 다시 보건소로 전화를 걸었다. 보건소는 메르스 검사가 가능한 지역 대형병원 두 곳을 알려줬지만, 해당 병원들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김씨는 첫 문의 전화 이후 68시간만인 지난 8일 오전에서야 관할 보건소에서 메르스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 탓에 메르스 감염 의심이 가도 아예 검사를 포기하는 사례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아무개(61)씨는 며칠째 이어진 발열과 기침이 걱정됐지만, 보건소와 메르스 핫라인에 문의한 뒤 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결국 치료를 포기했다고 한다. 이씨는 “근처에 대형병원이 있지만 모두 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들이라 무서워서 못 가겠다. 잘 먹고 잘 쉬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과장은 “신종감염병이라 진단시약을 미리 준비하기 어렵고, 메르스 검사를 일선 병원에서 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의사의 합리적 판단 아래 메르스가 의심될 경우에 한해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유전자 검사(PCR) 1회 비용 15만원은 국가가 전액 부담한다.
류근혁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대외홍보반장은 “현재 검사를 받고 있는 의심환자들 사이에서도 더 위험해 보이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검사하는 등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다. 중동에 다녀오거나 메르스 확진자 접촉 이력이 없으면 현재로선 감염 위험이 없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 대상이 되기 어렵다. 일반 병의원 진료를 권한다”고 했다.
오승훈 박수지 기자 vino@hani.co.kr[메르스 퀴즈] 메르스와 유사한 바이러스로 촉발된 전염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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