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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10 21:46 수정 : 2015.06.11 11:34

1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 현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한 시민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휴교 때문에 휴가 내는 부모들
“증빙서 내면 그냥 쉬게 해 주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전염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국민적인 불안이 다소 누그러지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 수습 과정에서 무능함을 드러낸 정부에 대한 불만은 폭증하고 있다. 감염 확산을 자초한 정부가 뒷수습 책임마저 국민 개개인한테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10일 빅데이터 회사인 다음소프트가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언급된 ‘메르스’ 빈도수를 분석해 보니, 3차 감염자가 발생한 지난 2일 최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2일 39만878건이었던 빈도수는 10일 5만574건으로 급감했다. ‘메르스 병원’이 언급된 횟수도 병원 명단이 공개된 7일 5916건으로 크게 늘었다가, 10일엔 101건으로 줄었다. 메르스 정보가 일반에 공개되고 완치 환자가 나오면서 ‘근거 없는 공포심’이 다소 누그러진 영향이 크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사는 10살, 6살 아이의 어머니 박아무개(36)씨는 “처음엔 외출도 무서웠는데 오늘은 메르스 휴업으로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극도의 불안감이 가라앉자 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들의 안전과 생활에 무심했던 정부에 대한 원성은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이 위치한 강남 주민들은 전에 없이 강한 어조로 ‘정부’를 향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바로 옆에 사는 일원동 주민 고아무개(51)씨는 “동네 아파트마다 삼성서울병원 인턴과 레지던트, 간호사 수십명이 모여 산다. 메르스 초반에 주민들한테 삼성서울병원 발병 소식을 알리지 않은 정부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크다”고 전했다. 또다른 강남 지역 주민 김아무개(41)씨는 “명색이 대한민국 정부인데, 삼성 살리자고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었던 거 아니냐.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을 안 했으면 정부가 병원 공개를 안 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르스가 아니더라도 전염병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전염병 발생 때 국민들의 생활 불편을 최소화할 매뉴얼 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은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특히 자녀 휴교와 휴업, 휴원, 체험학습 취소 등에 따른 ‘비용부담’을 부모들에게 전가하는 데 따른 볼멘소리가 많다.

경기도 평택의 한 사설 영어유치원은 지난주 초부터 ‘메르스 휴원’에 들어갔다. 이 유치원 학부모는 10일 “100만원 가까이 하는 원비를 결제한 이틀 뒤부터 휴원중이다. 환불이나 이월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괜히 말을 꺼냈다가 우리 애만 소홀하게 대하지 않을까 걱정돼 말도 못 했다”고 하소연했다.

현행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에서는 교습비 반환을 규정하고 있다. 학원 등록이 말소·폐지·정지되거나 학생이 수강을 포기하면 교습비를 반환하도록 하고 있으나, 전염병으로 인한 휴원 때 학원비 반환 규정은 따로 없다.

자녀의 휴교로 어쩔 수 없이 휴가를 쓰게 된 맞벌이 부부들도 불만이 가득하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김아무개(39)씨는 지난 9일과 10일 8살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휴교를 하면서 남편과 번갈아가며 월차를 쓰고 있다. 김씨는 “정부가 대처를 잘못한 탓에 메르스가 확산됐는데 왜 내가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자녀의 휴교로 쉬는 것이라면 증빙 자료를 제출해서 각 회사가 휴가 처리를 하지 않도록 조처를 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정윤 양선아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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