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15 20:13
수정 : 2015.06.1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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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해 걱정없이 진료 가능한 87개 국민안심병원중에 하나인 서울시 신촌 세브란스병원 선별진료소 앞에서 이 병원 직원들이 15일 오전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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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설득 외에 마땅한 방법 없어
격리 진료실서 소란피우기도
“주변사람 배려 당국지시 따르길”
거부 땐 전염병예방법 따라 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격리대상자가 15일 현재 5천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에 대한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바깥활동이 금지된 격리대상자들이 답답함을 토로하며 무단으로 외출을 하거나 난동을 부리는 사례도 나오고 있지만, 보건당국도 이를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어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에 사는 이아무개(47)씨는 남편이 지난 7일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아 한 병원에 격리입원되면서 가족 모두가 자택격리 중이다. 아들 2명과 이씨는 일주일째 아파트에서 감옥 아닌 감옥생활을 보내야 했다. 집 밖으론 나갈 수 없다보니 잠을 자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때우고 생필품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배달을 시킨다. 지역 보건소에서 하루에 두 차례 가량 전화를 걸어와 발열 여부 등 몸상태를 묻지만 이마저도 귀찮게 느껴진다. 이씨는 “고교생 아들이 사춘기라 예민한데다 집 안에서만 지내다보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 무엇보다 나중에라도 아들 친구들이 이 사실을 알고 메르스에 감염될 걸 우려해 피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불안에 휩싸인 감염 의심자가 의료진의 지시를 거부하고 난동을 부리는 일도 있다. 141번 환자(42)는 지난달 27일 아버지의 정기검진을 위해 함께 삼성서울병원을 들렀다 14번 환자가 방문했던 1층 화장실을 이용했다. 지난 9일부터 발열과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메르스 감염을 의심한 그는 12일에야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신고를 했다. 그러나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 15분을 참지 못하고 택시를 잡아 탄 뒤 주변에 있는 강남세브란스병원에 갔다. 그는 병원 외부에 차려진 임시 진료실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 “메르스를 퍼뜨리겠다”며 소란을 피웠다. 결국 그를 제지하던 의사 3명도 격리조처됐다.
답답한 격리생활을 견디다 못한 이들이 집을 벗어나 경찰과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리기도 한다. 충북 청주시에선 자가격리대상자로 지정된 50대 여성이 지난 14일 오후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쉬다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여성은 보건소에 “아무 증상이 없는데 자가격리자가 돼 너무 답답해 집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보건소에선 자가격리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세종시 보건소 관계자는 “집앞에서 지키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격리자가 외출을 하는지 파악할 방법이 없다. 담당자가 지속적으로 전화를 해 신뢰관계를 쌓으며 최대한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가격리자들한테 쌀·라면·물 같은 기본적인 생필품을 보내준다. ‘계란이 필요하다. 쌀은 잡곡으로 보내달라’ 등 여러 요구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상황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들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과 교수는 “보건소나 의료진의 말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이 끼칠 영향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자택격리는 집에서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서 혹시 나타날지 모를 발병에 대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병을 옮기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배려인 만큼 보건당국의 격리 지시를 꼭 따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택격리 명령을 받고도 외출을 하거나 격리수용을 거절한 사람은 전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김지훈 김소연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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