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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16 19:50 수정 : 2015.06.17 08:07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중증호흡기증후군(메르스)를 막기 위한 발열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대구 환자, 삼성서울 방문 16~17일만에 증상 나타나
잠복기 넘어 최장 18일도…격리해제자 발병 배제 못해
대책본부 “발병일 공개 않겠다”…‘격리 연장론’ 일축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병이 기존에 알려진 최대 잠복기(14일)를 넘어서는 사례가 잇따라, 잠복기에 맞춰 설정된 격리 기간(14일)의 타당성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이 의심환자 격리 기간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이를 조정할 뜻이 없다는 태도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16일 “새로 확인된 메르스 확진자 4명 가운데 3명은 지난달 27~28일 각각 가족 병간호를 위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감염됐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154번째 환자(대구 남구청 공무원)가 지난달 27~28일 이틀 동안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치료중인 어머니를 병문안했다 지난 13일부터 오한 등 메르스 증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잠복기 2주를 훌쩍 넘겨 16~17일 만에 증상이 나타난 셈이다. 이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14번째 환자한테서 전염됐다는 게 대책본부의 설명이다.

애초 보건당국은 14번째 환자가 마지막으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문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최장 잠복기(14일)를 고려해 12일 이후엔 이 환자에 의한 추가 감염이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 14일에 확진 판정을 받은 146번째 환자(55)도 14번째 환자에 노출된 지 17일 만인 13일에야 메르스 증상이 나타났다.

잠복기를 지나 증상이 나타난 사례는 삼성서울병원에 그치지 않는다. 메르스 ‘1차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에서도 3명의 환자가 최대 잠복기(5월31일)를 지난 뒤에 발병했다. 이 가운데 37번째 환자(45)는 무려 18일 뒤에야 증상이 나타났다. 대전 대청병원에서 확진된 149번째 환자(84·14일 확진) 역시 최대 잠복기를 넘겨 발병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례는 국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메르스 최대 잠복기가 길게는 6주(42일)나 된다고 밝혔다.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가 확실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보건당국은 밀접 접촉자나 자택격리자들의 해제 시점을 최대 14일로 못박고 있다. 격리가 해제된 사람 가운데 메르스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이날까지 격리에서 풀린 사람은 3505명이다.

권준욱 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잠복기는 민간전문가들의 의견과 평균적인 분포도를 고려해 정한 것”이라며 “14일을 최장으로 봐서 격리자를 관리하는 건 타당하고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대책본부는 또 “환자의 발병일이 (불확실해) 앞으로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잠복 기간을 둘러싼 논란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보건당국은 잠복기 16~18일을 예외적인 상황으로 보는 듯하지만 외국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는 만큼 논란이 일 수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 등 신뢰할 만한 기관이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잠복기를 정했다면 누구라도 이해를 할 텐데 보건당국이 근거를 내놓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송대섭 고려대 교수(약대)는 “14일이라는 잠복기는 중동에서 그런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지 완벽한 건 아니다”라며 “격리가 끝난 사람들 중에서 뒤늦게 발병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으니, 정부가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송 교수는 “관리의 어려움 등이 가중될 수 있어 격리 기간을 늘리는 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박수지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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