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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19 19:13 수정 : 2015.06.19 22:34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우리 의료체계 전반을 성찰하고 재정비할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우리 의료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공공의료가 꾸준히 위축되고 민영의료가 공룡처럼 커진 점이다. 공공병상은 75.1%(1949년)에서 39.4%(1971년)를 거쳐 8.4%(2011년)로 줄었고 같은 기간 민영병상은 24.9%, 60.6%, 91.6%로 늘었다. 10%도 안 되는 공공병상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5.1%는 물론이고 세계에서 의료 상업화가 가장 많이 된 미국의 34%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렇게 된 것은 급증하는 의료수요를 철저하게 민간자본에 맡겨버린 역대 정부의 정책 탓이 크다. 여기에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의 개원과 함께 초대형 병원 중심의 화려한 의료시설 경쟁이 벌어졌다.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은 뒷전이 됐고, 의료사업가들의 수익성과 효율이란 가치가 힘을 쓴 것이다. 돈의 논리는 남은 공공병원마저 휘둘렀다. 얼마 전 경남도는 운영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를 보자. 세계 수준의 의료 경쟁력을 자랑하던 삼성서울병원이 감염병 퇴치에 선도적 구실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메르스 확산의 온상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일부 병동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알고 보니 그곳에는 감염병에 대비한 음압병실 하나 없었다고 한다. 감염병 환자가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까닭에 그런 시설을 둘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터다. 이들 대형병원의 기술과 시설이 결국 소수를 위한 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였을지 모르겠으나 국민 다수의 건강을 지키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음이 드러난 셈이다.

반면 얼마 되지 않는 공공의료 시설들이 메르스 진료 거점병원의 주축 노릇을 하고 있다. 각 지역의 국립, 시립, 도립 의료원들이 민영병원에서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차분하게 진료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위기대응에 총체적 난맥상을 보인 가운데 그나마 공공병원이 버팀목 구실을 해냈다.

일부 대형 민영병원 중심으로 의료 기술과 시설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하나 국민 건강 차원에서는 사상누각과 같음이 드러났다. 수익성과 효율 위주가 아니라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 중심으로 의료체계 전반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공공의 비용 지출과 부담이 필요하다. 민영병상 위주로 극단으로 치우친 의료체계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민 건강은 계속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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