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19 20:05
수정 : 2015.06.19 22:07
‘2m 이내·1시간 이상’으로 정의
사태악화 뒤에야 폭넓게 개정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지침을 작성하면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가이드라인을 참고했으면서도 밀접 접촉자 범위를 협소하게 설정해 초기대응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질본이 지난해 작성한 ‘메르스 대응지침’을 보면, 밀접 접촉자를 ‘환자와 신체적 접촉을 한 사람 또는 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2m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머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질본이 참고로 삼았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메르스 가이드라인은 ‘2m 이내 접촉 또는 가운·장갑·호흡기·고글 등의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동안 입원실이나 같은 치료 공간 안에 머문 의료진과 가족 그리고 보호장비 없이 기침 등과 같은 전염성 분비물에 직접 노출된 사람’이라고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질본은 지난해 6월 메르스에 대한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 단계로 설정하면서 지침을 작성했으며, 올해 5월20일 감염병 경보 수준이 ‘주의’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지난달 26일 개정판을 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개정판에서도 밀접 접촉자 개념을 수정하지 않아 평택성모병원에서의 대규모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는 데 실패했다.
메르스 발생국이면서 가장 많은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보건국의 지침에서도 밀접 접촉자는 ‘환자를 치료한 모든 사람들(보건의료인·가족) 또는 가까운 공간에서 밀접 접촉한 사람, 감염 환자와 동일한 장소에 환자가 아픈 기간 동안 머문 사람들(거주·방문자)’이라고 폭넓게 정해두고 있다.
질본은 국내에서 메르스가 2차·3차 감염되고 사망자가 잇따른 뒤인 지난 7일에야 대응지침 재개정판에 밀접 접촉자의 정의를 ‘적절한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환자의 1m 안에 머문 경우와 같은 방이나 병실에 머문 경우,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에 직접 접촉한 경우’로 수정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는 “신종 감염병은 불확실성이 커 새로 발견된 사실이나 예견되는 위험이 있을 경우 선제적으로 조처를 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며 “보건당국이 애초 대응지침을 만들 때 참고본만 제대로 적용했어도 초기 확산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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