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19 20:09
수정 : 2015.06.2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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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기관인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국가지정격리병원) 정문 앞에서 19일 오전 시민들이 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들의 쾌유와 의료진을 응원하는 글이 적힌 리본을 매달고 있다. 수원/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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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별 메르스 대응
‘공공 인프라’ 차이로 엇갈려
영리 추구하던 정부·민간병원
사태 키워놓고 환자 떠넘겨
공공의료 강화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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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기관인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국가지정격리병원) 정문 앞에서 19일 오전 시민들이 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들의 쾌유와 의료진을 응원하는 글이 적힌 리본을 매달고 있다. 수원/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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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강원도 춘천에 살던 50대 남성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증세가 나타나자 제 발로 가까운 강원대병원을 찾았다. 강원대병원은 국가지정 메르스 집중 치료기관이다. 하지만 당시 병원엔 음압 격리병실이 없었다. 이 남성은 보건소 구급차에 실려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재차 음압 격리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도, 치료도 못한 채 되돌아왔다.
12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이 남성은 다시 170㎞를 달려, 음압 병실을 갖춘 강원도립 강릉의료원에 ‘겨우’ 입원하게 된다. 이 남성은 증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강원도 첫 메르스 확진자(9일 판정)였던 40대 남녀도 거주하던 원주나 더 가까운 춘천의 병원 대신 강릉의료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강원도민 4명 중 2명은 강릉의료원, 2명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의료원과 보라매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들에게 강원도의 국가지정 메르스 집중 치료기관도, 국내 최고 병원으로 손꼽히던 삼성서울병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메르스 발생 한달 동안 중앙정부와 최고의 민간 병원이 키운 ‘메르스 재앙’의 충격을 그나마 지역의 공공의료기관들이 줄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가 운영·투자하는 병원 8곳 가운데 3곳이 메르스 거점·치료 병원으로 구실을 하고 있다. 보라매병원은 중증, 서울의료원·서북병원은 경증 치료에 주력한다. 이는 중앙정부와의 협의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애초 서울시의 매뉴얼이다.
2011년 새로 개원한 서울의료원은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서 정부 지침에 따라 음압 격리병실 5개만 설치하면 됐다. 하지만 자체로 20개 격리병상을 추가 운영할 수 있도록 설비와 공간 등을 관리해왔다. 이런 투자는 메르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진 ‘비용 낭비’였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식 음압 병실을 하나도 설치하지 않은 삼성서울병원과 대비된다.
경기도 역시 공공의료의 구실이 두드러졌다. 평택성모병원이 지난달 29일 자진 폐쇄한 이후 입원 치료 중이던 ‘난민 환자’가 발생했다. 병원을 떠나려 해도 받겠다는 도내 민간 병원이 드물었다. 이틀 뒤 유병욱 경기도립의료원장이 이 병원을 방문했고, 메르스 환자 4명(의심 포함) 가운데 2명을 즉시 경기도립의료원 수원병원으로 옮겼다. 수원병원은 지난 9일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메르스 환자 전용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18일 새벽 4시엔 보건복지부가 경기도에 메르스 의심환자인 충남도의 병원 관계자 2명을 받아줄 것을 긴급 요청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 병원엔 환자 격리시설은 물론 음압시설이 부족했다.
부산의료원엔 모두 10개의 음압 병실이 갖춰져 있다. 애초 5개였는데, 메르스가 확산되자 결핵·호스피스 병동을 긴급히 비우고 공사를 해 늘린 결과다. 대신 ‘메르스 병원’으로 낙인찍힌 부산의료원은 하루 평균 1000명이던 외래환자가 500명대로 반토막나며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행정 철학, 의지, 재정 여건 등에서 발생한 ‘지역간 건강불평등’은 메르스 국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3일 사천시에서 경남지역 첫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사천시에서 30㎞가량 떨어져 있는 진주의료원은 지역거점 공공병원 구실을 했지만 2013년 홍준표 경남지사가 강제 폐쇄했다. 국가지정병원인 진주시의 경상대병원은 하필 음압시설을 수리중이었다. 결국 이 환자는 120여㎞나 떨어진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의 음압 격리병실에 입원해야 했다.
인천시는 최근 추경예산을 편성하며, 본예산에 있던 인천의료원 운영비 46억4000만원의 15%인 7억여원을 삭감했다. 인천의료원은 인천공항·인천항을 통해 입국하는 내외국인까지 관리해야 하는, 이 지역 메르스 거점병원이다. 메르스 사태 여파로 입원·외래환자가 20~50% 감소했고, 장례식장 수입도 절반으로 줄었다. 재정 상황이 나빠진 인천의료원은 다음달부터 직원들 급여 지급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천의료원에 대한 인천시의 예산 삭감은 메르스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의료원에 군수 보급로를 차단하는 행위라며 비판하고 있다.
여러 지자체 관계자들은 “평소 의료의 공공성이나 공공의료를 낮춰 보던 민간 병원들이 메르스 사태가 터지니까 왜 국공립 의료원이 나서지 않느냐며 환자를 떠넘긴다”고 입을 모았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메르스 사태는 그동안 저소득층을 위한 영역으로 인식됐던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새삼 확인된 계기가 됐다”며 “민간이 꺼리는 환자를 지자체 의료원이 수용하거나, 서울시처럼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압박해 적극적인 대응을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지방은 공공의료 자원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지역간 격차가 크다. 민간 영역을 통해 공공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만큼, 공공의료 인프라의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전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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