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 감염병관리본부 부본부장
② 민간에선 전문가들 내주고
③ 도는 공공병원·장비 적극 지원 정부보다 한발 빠른 대응으로
혼선없는 환자 관리체계 갖춰 -경기도는 평택에서 환자가 많이 나왔는데 추가 방역대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박자가 맞은 거죠. 민간에서 전문가를 주고, 도에서 공공병원을 주고, 저희가 중간에 코디네이터(조정) 기능을 맡았어요. ‘수원병원 모델’을 그린 게 유효했지요. 메르스 사태 초기에 평택성모병원에서 환자들이 엄청나게 나왔습니다. 1000여명의 접촉자 중에서 하루에 50~100명한테 증상이 나타나면서 이들이 입원할 병상이 부족했죠. 이들은 받아주는 병원도 없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규모가 큰 아주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대학병원에 환자를 맡으라고 했지만 거기엔 중증 환자가 많고 당장 음압병실을 만들 공사도 어려웠어요. 그래서 경기도에 ‘수원병원’을 비워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수용해줬습니다. 공공병원이라 빠르게 결정하고 환자들을 내보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죠.” 수원병원에는 애초 음압병상이 12개밖에 없었다. 급하게 스위스에서 1대에 600만원가량 하는 이동식 음압기를 들여왔다. 지금은 24개로 늘었고 28일이면 39개의 음압병실이 마련된다. 현재 메르스 환자가 16명 입원해 있는데 앞으로 확진자가 늘어도 감당할 여유가 있는 것이다. 감염병 관리는 ‘한 끗 차이’가 성패를 가른다. 관리본부의 발걸음은 매번 정부를 앞섰다. 1일 관리본부는 수원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을 ‘중점치료센터’로 발표했다. 병세가 악화된 중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에선 거의 한 개 병동을 비우고 준비했다. 정부가 국립중앙의료원을 전국구 거점병원으로 발표한 게 6일의 일이니, 정부보다 닷새나 앞선 셈이다. 메르스 환자에게 노출되지 않은 ‘안심병원’을 선정하는 데서도 경기도의 대처는 신속했다. 정부가 안심병원을 마련해 발표(11일)하기 전인 9일 같은 개념의 41개 외래기반 지역거점병원을 발표하고 이 병원들에 1000만원의 비용을 미리 지원했다. “평택성모 환자들 퇴원시킨 게
이번 메르스 사태 결정적 실수 ”보건당국에도 ‘역전의 용사’ 많아
판단의 잘못 몰랐을 리 없어
누가 퇴원 결정했는지 밝혀야 삼성서울서 유독 연락 많이 와
5월 말부터 ‘큰 것 터진다’ 말 나와 -외래 거점병원들을 서둘러 지정하는 데 어떤 판단이 작용했나? “격리자 명단에는 없는데 메르스 환자와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병·의원에 오고 있었어요. 저희가 병·의원과 약속한 게, ‘증상이 있으면 우리가 맡겠다. 대신 이런 분들은 외래거점병원에서 찾아내달라’고 했지요. 정부의 ‘안심병원’과 비슷한데 저희가 먼저 시작한 거죠. 명단에서 빠진 분들이 외래진료소에서 1차 검사를 해서 음성이면 입원하고, 아니면 저희한테 보내주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병원의 안전이 확보된다고 생각했지요.” 관리본부를 이끄는 이 부본부장은 메르스 발생 뒤 한달 가까이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지내는 중이다. 그는 매일 아침 7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상황실에서 지내며 환자가 발생하면 이를 각 기관에 분배하는 일을 맡는다. 밤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착신을 돌려놔 취침 중에도 전화를 받는다. 경기도 메르스 종합관리대책본부의 본부장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공동으로 맡고 있지만 정부와 지방정부, 민간과 관청,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연결하는 실질적인 ‘위험 소통’의 중심에 이 부본부장이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에서 정부는 작은 정보라도 지역사회와 공유해 불필요한 불안과 공포를 낮추는 ‘위험 소통’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리본부에선 어떻게 민간 병원들과 소통하고 있나? “지금 중요한 건 병상을 늘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병원들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전달체계예요. 그게 지침을 내려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공문서가 아니라 의료진과 의료진의 다이렉트(직접) 소통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이런 것들이 지역 의료계에서 연결이 되면 환자를 피하는 상황도 없겠죠. 환자에게 ‘여기로 가라, 저기로 가라’ 하는 의료전달체계를 우리나라는 한 번도 작동시켜 본 적이 없어요. 지금 어쩔 수 없이 그걸 하고 있고요.” 이날도 이 부본부장은 한 외래 거점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격리 대상자 명단에서 빠진 삼성서울병원 외래방문 환자를 한 병원에서 확인한 것이다. 14번째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던 지난달 28일 해당 병원을 다녀온 뒤 폐렴·발열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였다. 이런 ‘명단 밖 한 명’의 사례를 발굴하는 것이 또다른 대량 확산을 막는 열쇠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에도 발열 증상을 호소하며 ‘입원하고 싶다’는 환자와 관련한 상담이 관리본부에 들어오기도 했다. 한발 앞선 방역대책의 배경에는 ‘전문가’의 힘이 있었다. 일단 예방의학 전문가인 이 교수가 관리본부의 부본부장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12명의 인력이 의사 2명, 간호사 4명, 석사급 이상의 보건학 전문가 4명, 통계학 전문가 2명 등 모두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이 부본부장은 초기대응 실패가 메르스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했다. -메르스 진원지인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선 많은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 경기도의 초기대응엔 문제가 없었나? “이번 메르스 사태의 가장 결정적인 국면은 평택성모병원 환자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병원 밖으로 나간 겁니다. 코호트 격리(감염이 발생한 병동을 의료진 등과 함께 폐쇄)를 해야 했지만, 당시엔 정반대로 환자들을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보낸 거죠. 평택성모병원과 수원 가톨릭 성빈센트병원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성빈센트병원은 격리자가 70명밖에 안 되니까 질본에서 우리한테 맡겼는데 이 병원은 지난주에 상황이 종료됐습니다. (성빈센트병원은 세번째(76), 아홉번째(55) 환자가 입원했었으나 5월29일 관리를 시작한 뒤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지난 11일 메르스 병원 명단에서 탈출했다.) 성빈센트병원의 의료진이 매우 침착하게 대응했고 철저히 접촉자 관리를 했기 때문이지요.” 한편에서 평택성모병원의 환자 퇴원 결정을 누가 내렸는지 꼭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렇다면 삼성서울병원의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이라고 보나? “위기 상황에서 의사소통이 문제였습니다. 초기에 실수한 걸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게 쌓이고 쌓여서 크게 터진 거죠. 실제 뭐가 문제였는지는 나중에 많은 증언이 나오겠죠. 저희는 5월말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문제가 터질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은 누구나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처음 저희가 인지한 건 보건소에서 문의전화가 많이 오면서부터예요. 관리가 잘되는 병원에선 연락이 많이 안 오는데 삼성서울병원 관련 문의는 유독 많이 왔죠.” 결국 민관의 자원을 총동원해야 하는 방역의 핵심은 ‘소통’이다. “뭐 하는 조직이냐”는 비아냥을 숱하게 들으며 존립을 고민했던 경기도 감염병관리본부가 위기에서 빛을 발한 이유다. 뒤늦게 메르스 방역에 비상이 걸린 제주도 등 다른 지자체에 도움을 주고 있는 이 부본부장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지침을 전했다. “공공의료기관이 핵심이 돼서 지역 의료계를 망라한 의료전달체계를 만드세요. 핵심 공공의료기관에 민간 전문인력을 데려오세요. 메르스가 아닌 환자들이 안심하고 병원에 오게 하세요. 치료 종료 환자와 격리해제자들의 마음도 돌보세요.” 글·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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