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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22 19:58 수정 : 2015.06.23 10:09

심민영 국립서울병원 심리지원단장

심민영 국립서울병원 심리지원단장
가족 잃은 슬픔·감염 공포에 주홍글씨까지…
“메르스 유가족들 삼중고 시달려”

심민영 국립서울병원 심리지원단장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늘자 정부가 환자의 몸뿐만 아니라 가족의 마음도 어루만지기에 나섰다.

국립서울병원 심리위기지원단은 메르스로 숨진 환자의 유가족과 격리 대상자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컨트롤타워’다. 심리위기지원단은 지금껏 숨진 메르스 환자의 유가족 54명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상담했다. 2013년 구성된 심리위기지원단이 국가적 재난에 개입한 건 이번이 세번째다. 이들은 2013년 아시아나항공기 추락 사고,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생존자와 유가족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진료했다.

‘사망 전 돌아다녀 유포’ 비난 받아
임종·장례 못치뤄 더 힘들어해
평소처럼 대하고 격려해줘야

8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해 모두 18명의 직원을 이끌고 있는 심민영(사진) 단장은 22일 “감염병이 ‘심리적 재난’에 이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 단장은 메르스 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애통함에 주홍글씨까지 새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예기치 못한 감염병으로 가족을 잃을 슬픔만도 견디기 어려운데, 숨진 환자가 “돌아다녀서 메르스를 유포시켰다”는 식의 사회적 비난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메르스에 걸릴지 모른다는 공포와도 싸워야 한다.

가족을 떠나보내며 당연히 거쳐야 할 ‘애도 절차’를 거치지 못한 것도 가족의 비통함을 더한다. 심 단장은 “상처가 잘 아물려면 충분히 슬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임종·유언·장례와 같은 절차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다보니 유가족이 더 고통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심 단장은 “유가족이나 격리 대상자를 도와주고 공감하려는 노력은 좋은데 흥밋거리로 여기거나 동정심을 드러내면 이들이 더 힘들어할 수 있다. 평소와 똑같이 대해주고 격려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단장은 격리 대상자들한테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고 권했다. 심 단장은 “메르스에만 지나치게 몰두해 인터넷과 언론으로 메르스만 찾아보고 체온을 재며 불안해하는 경우도 있다. (격리 생활을 해야 할) 2주 동안 평소 시간이 없어 못한 일을 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심 단장은 “격리 생활을 잘 이겨내면 건강에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 외국에서도 사스 등에 따른 격리 대상자가 무탈하게 겪어낸 뒤 오히려 개인적으로 더 발전하고 의미를 찾았다는 보고가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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