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23 20:02
수정 : 2015.06.23 20:02
기침하고 다니며 바이러스 전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뒤 다른 사람한테 바이러스를 옮긴 이른바 ‘전파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발병에서 확진까지 기간이 나흘가량 길었다. 전파자들이 심한 폐렴 증상을 보인 사실도 공통점이다.
대한감염학회는 23일 “메르스 확진 환자 중 자료 수집이 가능한 82명을 분석해보니 2명 이상의 사람을 감염시킨 환자 5명이 증상 발현 뒤 확진을 받기까지 평균 8.2일이 걸렸으나, 다른 이들에게 메르스를 전파시키지 않은 환자들은 4.6일이 걸렸다”고 밝혔다.
전파자들이 비전파자에 비해 증상 시작에서 확진까지 기간이 나흘 정도 길어져, 격리 치료 이전에 의료진이나 다른 환자한테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기회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파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80여명한테 메르스를 전염시킨 14번째 환자를 비롯해 1·6·15·16번째 환자다.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 등에서 9명한테 메르스를 전파시킨 76번째 환자는 이번 조사 뒤에 감염 사실이 확인돼 분석 대상에서는 빠졌다.
전파자들은 병원을 찾을 당시 모두 폐렴이 진행된 상태여서 기침을 통해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한 공통점이 있었다. 비전파자들한테 폐렴 증상이 나타난 사례는 47%였다. 호흡곤란 증상도 전파자는 60%에 이르지만 비전파자는 17%였다. 발열 등 증상이 가벼우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킬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교수는 “폐렴이 발생한 환자는 폐에서 바이러스 증식이 활발한 상태여서 그만큼 전파 가능한 상황도 많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환자 발견이 늦어지고 진단이 제때 안 돼 폐렴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과 접촉했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러스 배출이 많으면 추가 감염자들이 많았다”며 “메르스 환자에게 노출된 사람 중 급성폐렴 징후가 시작되는 의심환자들은 진단 이전이라도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감염학회가 조사한 환자 98명의 입원 당시 주된 증상은 발열이었다. 전체의 86.7%가 발열이 있었고, 기침과 가래 증상을 호소한 사람은 37.8%, 가래 증상은 23.5%로 나타났다. 이어 근육통(27.8%), 호흡곤란(18.4%), 두통(14.3%) 순이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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