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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23 21:30 수정 : 2015.06.24 01:10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로 삼성서울병원 주차장 옥상에 마련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임시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173번째 환자로 확진…폐렴증상
외래·입원·수술·면회 중단
삼성서울병원서 외래진료 받았던
174번째 환자 감염경로 파악 안돼
보건당국 “이송요원 접촉은 아닌듯”

보건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한달여 만에 ‘가족 간 감염’ 가능성을 인정한 건, 뒤늦게 확진되는 환자의 역학조사 결과를 14일의 잠복기만으로는 더는 설명할 수 없어서다. 그간 몇차례 ‘병원 밖 감염’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나왔지만 보건당국은 국민 불안이 커질 것을 우려해 ‘병원 안 감염’으로 해석해왔다. 반면 이런 경직된 태도가 ‘자가격리 관리’를 소홀히 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가족 간 감염 잇따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23일 “175번째 환자(74)가 아내인 118번째 환자(67)한테서 전염돼 가족 간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밀한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118번째 환자는 175번째 환자가 폐렴으로 5월23~29일 평택굿모닝병원에 입원했을 때 남편을 간호하다 14번째 환자한테서 전염돼 10일 확진을 받았고 13일 숨졌다. 175번째 환자는 9일까지 아내와 함께 자가격리됐으나 21일 발열이 있은 뒤 2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가 평택굿모닝병원에서 감염됐을 확률은 매우 낮다. 그 경우 잠복기가 25일이나 돼 최장 잠복기 14일을 훨씬 넘기 때문이다.

가족 간 감염 가능성은 앞서 146번째·171번째·88번째 환자 사례에서도 제기됐으나 대책본부는 이를 부인해왔다. 가족 간 감염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전체 감염 경로의 10%에 이를 정도로 드물지 않은 현상이다. 그럼에도 대책본부가 병원 안 감염만을 고수한 건 ‘메르스 감염이 통제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정치적 고려’를 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태도는 자가격리자 중 가족 간 감염 위험군의 관리에 허점이 생기게 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가이드라인에는 자가격리에 앞서 주거환경이 이에 적당한지를 판단하고 부적합하면 시설격리 등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자가격리를 할 경우 개인위생 수칙 등을 철저히 교육하고 지원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대책본부는 23일 “자가격리 수칙 교육이나 관리 부분을 좀더 철저히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강동성심병원 새 유행지 되나

대책본부는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던 173번째 환자(70)가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에서 76번째 환자와 접촉한 뒤 강동성심병원에 입원해 확진됐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메르스 환자 접촉자 명단에서 누락돼 증상 발현 뒤 9일 동안 아무런 통제 없이 여러 곳의 병원·약국 등을 돌아다녔다. 더구나 슈퍼전파자의 공통점인 폐렴 증상을 보여 다수한테 메르스를 이미 전파했을 수 있다. 이 병원이 메르스의 새 유행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날 강동성심병원의 외래·입원·수술·면회를 중단하고 입원환자 병동을 폐쇄했으며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파악해 격리 조처 중이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강동성심병원은 680병상의 대형 의료기관이고 접촉 의료진이 60여명이나 돼 173번째 환자로 인한 자가격리·능동감시 등 대상이 모두 7500명에 이르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 병원 안 ‘지역사회 감염’?

174번째 환자(75)는 4일과 8·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았다는 사실 외에는 구체적인 감염 경로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 안에서 ‘알 수 없는 경로’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의료계에선 감염 고리가 끊기면 ‘지역사회 감염’으로 분류한다. 이전에도 이 병원 외래환자나 동행인이 감염된 사례가 있었지만 모두 14번째 환자의 전파 사례로 설명할 수 있었다. 대책본부는 “이 환자가 137번째 환자(이송요원)와 접촉한 것 같지는 않다. 다른 메르스 환자가 확진받기 전 외래진료 과정에 이 환자와 만났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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