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18 16:28
수정 : 2018.02.1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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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3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관련 병원 폐쇄중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30일 오후 들머리에서 관계자들이 출입자의 체온을 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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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번 메르스 환자 국가배상 첫 인정
“부실한 진단검사·역학조사로 감염됐다”
같은 병실 38번째 환자…“인과관계 없다”
감염병 확산 국가 책임에 재판부 판단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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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3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관련 병원 폐쇄중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30일 오후 들머리에서 관계자들이 출입자의 체온을 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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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공무원의 부실한 진단검사·역학조사로 메르스에 감염됐다며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연이어 패소하던 메르스 환자의 국가 손해배상이 인정된 첫 사례로 국가의 감염병 관리 책임을 엄격하게 물은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재판장 송인권)는 30번째로 메르스 확진을 받은 이아무개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1000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씨는 2015년 5월22일 발목을 다쳐 대전 대청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했다. 그런데 같은 날 이씨와 같은 병실에 38도 이상의 고열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입원했고, 이씨와 6일 동안 같은 병실을 사용했던 이 환자는 5월31일 16번째 메르스 확진을 받았다. 앞서 16번째 환자는 용종 제거술을 받으러 2015년 5월15일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는데, 같은 날 같은 층의 다른 병실에 바레인 등을 거쳐 입국했다 몸살, 발열 증상을 보인 환자가 이틀간 입원했다 5월2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씨도 2015년 6월2일 메르스로 확진됐다 한 달 뒤 완치됐다.
재판부는 먼저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이 1번 환자가 거쳐 간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를 지연하거나 부실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질병관리본부는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접촉자를 확인할 주의 의무가 있었으나 검사 거절과 지연으로 신고 후 약 33시간 뒤 검체를 채취하고 신고 후 약 31시간 뒤 이루어진 역학조사에서 접촉자 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1번 환자에 대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들의)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를 받고도 바로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를 하지 않고 지연한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2015년 5월18일 입원한 1번 환자를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했지만, 이를 보고받은 질병관리본부는 1번 환자가 방문했던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며 검사를 거부했다. 병원 의료진들이 재차 진단검사를 요구하자 그제야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5월19일 오후 5시 역학조사관을 보내 조사한 뒤 오후 7시 1번 환자의 검체를 채취했다.
1번 환자와 16번 환자가 만난 것으로 보이는 평택성모병원에 대해서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이 “1번 환자의 동선과 다른 환자들과의 접촉 사실을 확인하고도 (밀착접촉자 이외의) 다른 접촉자를 확인하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고 접촉자 범위를 재검토하지도 않은 것은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5월20일 1번 환자가 메르스로 확진 받자, 1번 환자의 접촉자 조사 등이 포함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역학조사팀은 1번 환자가 2박 3일간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서 같은 병실 환자·보호자만 밀접접촉자로 보아 검사·격리했을 뿐 검사실에서 같이 있거나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 같은 층의 다른 병실을 사용한 환자·보호자 등 일상적 접촉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실제 17번, 21번, 26번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와 엘리베이터에서 접촉한 사람들이었다.
이어 재판부는 이러한 공무원의 과실과 이씨의 메르스 감염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번 환자가 의심환자로 신고된 2015년 5월18일 바로 검체 채취 및 제대로 된 역학조사가 이루어졌다면 16번 환자가 대청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는 16번 환자가 추적되었을 것이므로 16번 환자와 원고의 접촉이 차단될 수 있었다”며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의 동선을 따라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역학조사관의 최소한의 성의만 있었더라도 같은 층 입원환자나 보호자는 접촉자로 분류돼 원고가 감염되기 전에 16번 환자를 격리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번 판결은 감염병 확산에 대한 국가 책임에 보다 무게를 둔 결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이원)는 지난달 23일 이씨와 같은 병원 병실에 입원해있다가 38번째 메르스 확진을 받고 숨진 오아무개씨의 유가족이 낸 국가 손해배상은 기각한 바 있다. 이 재판부는 “1번 환자의 메르스 진단검사 거절·지연은 현저히 부당하다”며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의 과실은 똑같이 인정했지만, “감염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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