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0 14:56
수정 : 2018.09.10 16:01
|
지난 9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 모습. 공동취재사진
|
확진자, 아내에게 “마스크 쓰고 오라” 시키고 택시로 이동
소화기 증상 발현·쿠웨이트 오염지역 제외 등
ㄱ씨가 감염 알지 못했을 가능성 여전히 커
|
지난 9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 모습. 공동취재사진
|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말은 보건 당국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필요한 것일까. 메르스 확진자인 61살 ㄱ씨가 아내에게 공항 마중을 나올 때 마스크를 쓰고 오라고 말하고 아내가 몰고 온 차가 아니라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 역학조사관과 질병관리본부 발표 내용
지난 9일 오후 열린 서울시 ‘메르스 대응 긴급회의’에서 시 보건환경연구원 역학조사관은 “환자분(ㄱ씨)은 특별히 호흡기 증상이나 발열이 없었다고 얘기했는데, 아내분이 공항으로 마중 나오실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라고 말씀하셨고, 아내분이 자가용을 이용해 공항으로 왔는데 막상 병원으로 이동할 때는 아내분과 따로 본인은 리무진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또 “노출력을 집요하게 조사했는데 끝까지 말씀을 안 하시고, 그곳(쿠웨이트)에서 여러 명이 레지던스 형태 숙소에서 숙식하고 동일하게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왜 본인만 설사와 복통 증상이 있는지 물었지만 별다른 건 없다며 끝까지 말씀하신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7일 오후 4시 인천국제공항 검역에서 체온이 정상이었기 때문에 의심 환자로 분류되지 않았고, 검역관은 ㄱ씨에게 이후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직접 병원에 가지 말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신고하거나 보건소에 연락할 것을 교육한 뒤 검역을 마쳤다. ㄱ씨는 당시 “입국 10일 전에 설사 증상이 있었고, 복용한 약이 없으며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질병관리본부는 밝혔다.
|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바로 알기 포스터. 감염이 의심되면 바로 병원에 가면 안 되고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로 먼저 연락해 조처를 받아야 한다.
|
■ㄱ씨 대응에서 아쉬운 점
ㄱ씨 대응에서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우선 ㄱ씨가 아내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한 점과 자가용을 두고 택시로 이동한 점을 보면 ㄱ씨가 충분히 자신의 몸 상태와 감염 위험에 대해서 의심하고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ㄱ씨가 자신의 상태에 의심스러운 부분을 좀 더 정확하게 알렸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지적도 나온다. 그랬다면 ‘항공기-공항-택시-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이라는 동선이 공항 검역소까지로 짧아질 수 있었고, 접촉자 수도 크게 줄어들 수 있었다. 특히 일상적으로 시민들을 상대하는 리무진 택시 기사와 공항에서 ㄱ씨를 도운 휠체어 도우미가 밀접 접촉자가 되는 경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ㄱ씨 개인에 대한 비판 자제해야 하는 이유
하지만 ㄱ씨가 자신이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
그 이유로는 첫째, ㄱ씨의 증상이 일반적인 메르스 증상과 달랐다는 점이다. 메르스 환자의 초기 증상으로는 주로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부각되는데, ㄱ씨는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나타났다. ㄱ씨는 인천공항 검역소 검역관에게 열흘 전에 설사 증상이 있었으나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없고 약도 복용하지 않고 있다고 ‘건강상태 질문서’에 신고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환자가 증상이 워낙 특이했다. 메르스면 호흡기 증후군인데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심했다”며 “(공항에서) 바로 측정해서 열도 높지 않았고, 기침 가래가 심하지 않아서 놓쳤던 것 같은데 본인은 쿠웨이트 병원 가서도 증상 있어서 신경 쓴 상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 ㄱ씨가 중동에 있을 때는 쿠웨이트가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오염지역’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7월1일 기준으로 질병관리본부가 지정한 메르스 오염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등이다. ㄱ씨가 머물렀던 쿠웨이트는 2016년 8월을 마지막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오염지역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ㄱ씨 개인에게 비판을 집중하기보다는 검역 시스템을 더 촘촘히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가장 좋은 방법은 위험지역 여행자들에게 본인의 증상이 메르스 의심일 때 자발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인지도 향상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환자는 장염 증상이 주된 증상이라 본인이 메르스 가능성이 있는지 몰랐던 것 같은데…. 메르스 환자 중에 설사나 복통 같은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인이 그럴 가능성까지 생각은 못 하셨을 듯”이라며 “항공기 내 방송, 검역 관련 설문지, 메르스 안내 문자발송까지 하고 있는데 어떤 방법을 더 추가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어떠하든지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와 신고가 가장 절실하다”고 썼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