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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31 19:14 수정 : 2006.02.07 17:42

정세균 열린우리당 임시 당의장이 3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열린우리당 사태 원인 뜯어보니

여당 의원들이 현직 대통령을 비판하고 당 지도부를 사퇴시킨 열린우리당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이번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 연정론 등 정치개입,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반발이라는 겉모습을 띠고 있다. 하지만, 그 뿌리에는 ‘제왕적 총재’가 사라진 이후 집권 여당의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과 정당 모델을 둘러싼 심각한 논쟁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동시에 총재로서 여당의 공천권과 인사권을 틀어쥐었던 시대를 벗어난 뒤, 여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어떤 내용으로 채울 것인지, 시스템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집권 여당의 총재를 맡지 않은 대통령은 사실상 노 대통령이 처음이다.


열린우리당의 고참 당직자는 31일 “열린우리당은 아직 ‘과도기 정당’”이라며 “‘총재가 사라진 여당’이 어떻게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냐는 근원적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현직 대통령과 여당이 차기 정권 창출을 비롯한 정치적 주도권을 놓고 다툴 경우, 여권 전체가 분열하며 공멸할 수 있다”며 “양쪽에 모두 문제가 있는 만큼 냉정하게 따져보고 ‘역할분담의 틀’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의원들은 ‘지나친 정치개입’을 지적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노 대통령이 대연정론이라는 무리수를 두어 자신과 여당의 지지도가 동시에 하락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이 노 대통령의 ‘뒷북’이나 치는 모양새로 비치면서 정체성과 안정감, 일관성, 책임감을 모두 상실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10%대까지 떨어진 것은 노 대통령이 국민들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라며 “노 대통령은 말을 줄이고 차분하게 국정에 전념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이상 당 총재가 아닌 만큼, 직접적 정치행위는 자제하고, 국가수반이나 행정부 수장으로서의 구실에 충실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잘못
국민 태도 무시 잇단 무리수
‘뒷북’ 당 지지도 동반 추락

집권당의 문제
‘총재시대 뒤’ 공백 못메워
공천·인사권 정파별 갈등만

당쪽의 문제 역시 ‘총재 시대 이후’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한 탓이 크다. 총재로부터 회수한 공천권과 인사권을 둘러싸고 아직도 당내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무기력했던 것은 노 대통령에게 눌린 측면도 있지만, 기간당원제를 시행하면서 공천권을 지역의 ‘토호’들에게 사실상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당헌·당규에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기간당원에게 공직선거 출마자를 뽑을 수 있는 선거권을 주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4·30 재보선 이후 10만명 선이었던 당원 숫자가 8월 말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한꺼번에 입당한 사람들 때문에 50만명 정도로 늘어난 상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출마 희망자가 당비를 대납했거나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한시적 당원’들로 파악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월 말과 9월 초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헌·당규를 개정하려 했으나, 정파별로 이해관계와 의견이 엇갈려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인사권도 큰 문제다. 현재 당직 인사는 중앙위원회의 인준을, 국회직 인사는 의원총회의 인준을 각각 받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정파별 ‘나눠먹기’ 현상도 종종 나타나고 있으며,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지고 있다. 이밖에 의장과 원내대표로 이원화한 이른바 ‘투톱 시스템’, ‘지구당 폐지’, ‘원내정당화’ 등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열린우리당 창당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중진 의원은 “당정분리, 제왕적 총재 폐지, 상향식 공천, 원내정당화, 국민경선제, 기간당원제, 지구당 폐지 등 중요한 원칙이 현실 정치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점검할 때가 됐다”며 “내년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에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런 문제를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선임기자는 논설위원이나 부장 등의 직책을 지낸 뒤 다시 일선 취재 현장으로 나온 기자입니다.


앓는 당 처방전 ‘따로따로’

노선 정비론…문화 쇄신론…인적 쇄신론…민주당 통합론

지도부 총사퇴 이후 31일 임시집행위 체제로 새롭게 출범한 열린우리당이 위기의 원인과 처방, 향후 진로를 둘러싼 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당의 노선을 새롭게 정비하자는 ‘노선정비론’, 당의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문화쇄신론’, 청와대와 정부의 문제 인사들을 바꾸자는 ‘인적쇄신론’ 등 다양한 주장이 정파별로 쏟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민주당과의 ‘통합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재야파가 주축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의 우원식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해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분명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당과 정부를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의 노선을 분명히 함으로써 지지를 회복하자는 제안이다. 임종인 의원도 “정동영, 김근태 두 장관은 우리 당의 노선을 ‘민생안정, 실용주의, 한나라당과 상생’으로 규정한 분들”이라며 “두 분이 상생과 실용이 아니라, 거대한 기득권층의 벽을 허물, 강력한 사회경제 개혁노선으로 무장하고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 쪽은 “당분간 당내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모적인 ‘실용-개혁 논쟁’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 장관 쪽 관계자는 “임시 집행위 체제에서는 정기국회에만 진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은 “지금 대통령과의 끈을 놓아버리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모든 개혁세력에게 재앙이 올 수 있다”며 “지금의 상황을 ‘질서있는 전환’으로 발전시켜야지, ‘통제불능의 내분’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염동연 의원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호남 민심의 이반에서 찾았다. 염 의원은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에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앞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위한 진솔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곤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방식과 태도 등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 일부 참모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고, 안영근 의원은 아예 “노 대통령이 탈당하라”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청와대 “정치적 승부수 아니다”

노대통령 ‘내년초 밝힐 구상’
거취등 온갖 해석 해명 나서
“탈당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청와대는 31일 노무현 대통령이 내년초 발표하겠다고 밝힌 ‘국정구상’과 관련해, “개인적 거취나 정치적 승부수를 말한 게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적극 차단하고 나섰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이 “내년 초 국정구상을 발표하겠다”며 ‘내 진로’ 또는 ‘사회적 의사결정구조’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임기단축이나 탈당 등 또다른 ‘정치적 결단’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등 온갖 해석이 나오자 부랴부랴 해명에 나선 것이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개인적 거취를 밝히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해온 일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국민에 보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의 ‘내 진로’라는 세 글자가 탈당, 거국내각, 개헌, 임기단축, 새판짜기, 권력이양 등 현란하게 해석되고 있지만, 그렇게 복잡한 얘기가 아니다”라며 “미래사회의 위기 요인과 그것을 푸는 사회시스템 쪽으로 해석의 가닥을 모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여당 일부의 노 대통령 탈당 요구와 관련해서도 “정당 선택은 누가 하라 마라 할 문제가 아니고 본인의 의사가 중요한 것”이라며 “탈당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밝힌 ‘사회적 의사결정구조’와 이해찬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대통합 연석회의의 관계에 대해, “문제의식의 맥은 맞닿아 있다”며 “그렇지만 구체적 방법론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김두관 특보 “3년전 후단협 망령 되살아나는것 같아”

‘친노’들의 반격

‘친노’들의 반격-김두관 특보 “3년전 후단협 망령 되살아나는것 같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 당 안팎의 ‘친노’ 성향 인사들이 반격에 나섰다.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은 31일 〈문화방송〉과 〈한국방송〉 라디오 인터뷰에 잇따라 나와, “‘후단협’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은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후단협’은 지난 2002년 대선 때 노 대통령이 민주당의 후보가 되는 것에 반대했던 당내 인사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김 특보는 “대통령이 책임을 시인했음에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며 “지금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당을 나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의원은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현재 정동영계 사람들이 주로 중앙위원회 해체를 주장했고, 김근태계도 (중앙위 해체에) 동조했는데, 이는 다수파의 쿠데타 음모”라고 비난했다. 유 의원은 “정동영계 초선 의원이 ‘기간당원제를 하려면 나가서 하라’고 말했다”며 “나는 내 발로 나갈 생각은 없지만, 몇 만명 정도의 열성 당원과 기간당원들이 손을 털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친노 직계’ 의원들의 모임인 의정연구센터에 속한 이화영 의원도 “대권용 이벤트가 진행되면서 대통령 흔들기를 하거나, 정치적 이해 관계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 성과가 평가절하되고 난도질 당하는 일이 빨리 와선 안 된다”며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동의하는 세력을 광범위하게 규합해, 반대하는 (당내) 세력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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