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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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고강도 비판 왜?
30일 오전 11시45분께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예고 없이 기자실을 찾아 브리핑을 자청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한가위 회동’에서 합의한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에 대해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직접 설명에 나선 것이다. 그는 안심번호 공천제의 문제점을 △역선택·민심왜곡 우려 △조직선거 우려 △세금 낭비 비난 우려 △전화-현장투표 괴리 △졸속 합의 우려 등으로 정리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바로 직전인 이날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직후 김무성 대표가 이번 여야 회동에 대해 “청와대가 나설 일 아니다”라고 말한 것에 반박이라도 하는 모양새처럼 비쳤다. 특히 이 관계자는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으려는 듯 관련 내용을 A4 문서 서너장으로 정리해, 브리핑 도중 간간이 참고하며 꼼꼼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는 앞서 오전 8시20분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안심번호 공천제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정치권에서 논의중인 사항에 대해서 청와대가 언급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은 것과는 차이가 크다. 4시간도 채 되지 않아 청와대 태도가 ‘소극적 지켜보기’에서 ‘적극적 비판’으로 돌변했다. 청와대 고위급, 예고없이 브리핑 자청정리한 문서 보며 조목조목 지적
청와대 대변인은 애초 “언급 않겠다” 귀국 박 대통령, 보고뒤 상황 변화
집 비운새 ‘김무성 자기정치’ 격앙 청와대의 이런 태도 급선회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전 5시께 귀국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안심번호에 대한 ‘원론적 수준’의 브리핑 내용을 보고받은 뒤 좀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치개혁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자칫 공천제도가 왜곡될 수 있는데 청와대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외교일정을 수행하고 있는 와중에 김무성 대표가 국내에서 ‘자기정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통령이 ‘외치’에 힘쓰는 사이에, 논의 없이 야당 대표와 안심번호 공천제에 합의한 것에 대해 상당히 격앙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안에서 (대통령을) 뒷받침하지는 못할망정, 논란이 되는 사안을 굳이 부산에까지 가서 합의한 것은 문제”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경북 지역 ‘전략공천’을 통해 레임덕을 최소화하려는 박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김 대표가 정면으로 맞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쪽은 이날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을 것”이라는 이날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을 삼간 채 상황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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