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프랑스 경찰 특공대가 급습한 파리 북쪽 외곽 생드니의 아파트에서 검거작전 때 사망한 용의자의 주검이 건물 밖으로 옮겨지고 있다. 프랑스 경찰은 파리 테러 기획자로 알려진 압델하미드 아바우드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대대적 검거작전을 벌였다. 아바우드를 포함한 2명이 숨지고 8명이 체포됐다. 생드니/AFP 연합뉴스
파리 테러 이후
파리테러 기획자 사망으로
사건전모 미궁 빠질수도
프랑스 검찰 “생드니 검거자들
파리서부 금융가 테러 준비”
벨기에서도 용의자 2명 더 붙잡혀
파리 동시테러 기획자로 추정되는 인물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의 생전 모습이 담긴 이슬람국가 홍보 동영상의 한 장면. 프랑스 수사당국은 18일 벌인 체포작전 도중 아바우드가 숨졌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프랑스 검찰이 19일 파리 동시 테러 기획자로 추정되는 벨기에 출신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를 체포작전 중 사살했다고 밝히면서, 파리 동시 테러범 추적도 한고비를 넘겼다.
프랑스 수사당국이 아바우드를 파리 테러 기획자로 추정한 근거는 아바우드가 이슬람국가 관계자 등에게 파리에서 테러를 할 이상적인 장소로 콘서트홀을 지목했다는 증언이 있고, 아바우드가 올해 초에도 시리아에서 벨기에에 몰래 돌아와 테러를 기도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아바우드는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즈조르 지역 사령관에 오를 정도로 이슬람국가(IS) 내에서 빠른 속도로 고위직에 올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현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슬람국가의 공식 대변인 격으로 활동하는 아부 무함마드 아드나니의 요구에 따라 아바우드가 현지 사령관이 됐다고 전했다. 2014년 초에 시리아로 간 아바우드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군사적 성과를 내 조직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프랑스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감청 등을 통해 아바우드가 파리 북쪽 외곽 생드니의 아파트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고 18일 급습했다. 이번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프랑수아 몰랭 검사는 생드니 검거작전을 마친 뒤 이들을 “새로운 테러조직”이라고 부르면서 “그들의 무기와 조직 구성, 집념을 보면 이들이 타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수사 소식통은 제4의 팀이 파리 서부의 금융가인 라데팡스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첩보가 있었다고 했다. 지난 13일 밤 자행한 동시다발 테러에 이어 아바우드가 다른 테러 용의자들과 추가 테러를 모의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파리 테러가 벨기에에서 조직됐다고 밝혔는데, 아바우드는 브뤼셀 외곽 도시 몰렌베크 네트워크의 중심 인물이기도 하다. 아바우드는 어린 시절 몰렌베크에서 거주하며 파리 테러를 현장에서 실행한 살라 압데슬람(26)과 친구로 지냈다. 둘은 2010년 절도 혐의로 같이 수감된 적도 있다. 테러를 현장에서 실행한 또다른 인물인 이브라힘 압데슬람(31)은 살라의 형이며 아바우드와도 아는 사이다. 살라가 파리 테러 다음날인 14일 프랑스에서 벨기에로 도주했을 때, 살라를 태우러 프랑스로 건너간 이들도 몰렌베크 출신이었다. 아바우드를 중심으로 테러 용의자들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파리 ‘제4의 테러 조직’ 적발
또 경찰이 습격했을 때 생드니 아파트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려 숨진 여성은 아바우드의 사촌인 프랑스인 아스나 아이트불라센(26)이었다. 프랑스 언론들은 아이트불라센이 이미 정보당국에 알려진 인물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에게 아파트를 제공한 자와드 벤다우드는 “벨기에에서 온 친구가 ‘며칠간 친구 2명이 머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벨기에 친구가 바로 13일 볼테르 거리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이브라힘 압데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벨기에에서 새로운 테러 용의자 2명이 붙잡혔다. 벨기에 공영 <에르테베에프>(RTBF) 방송은 수사당국이 18일 밤과 19일 오전에 걸쳐 라켄과 제트에서 파리 테러와 직접 관련이 있는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며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벨기에 수사당국은 이밖에도 브뤼셀과 몰렌베크, 위클 등 6곳을 긴급 수색했는데, 13일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경기장에서 자폭한 빌랄 하드피(20)의 가족, 친구 등이 사는 장소로 알려졌다. 하드피는 프랑스 국적의 벨기에 거주자로,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 대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까지 지난 13일 밤 테러와 관련해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모두 12명의 용의자가 검거됐다.
아바우드가 사살되면서 프랑스 수사당국이 파리 테러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가 파리 테러의 최종 기획자인지, 그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지 등이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
김지은 조기원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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