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07 20:08
수정 : 2015.12.07 20:08
미국 정부 등 해독에 업계 협조 압력
업계 “테러 관련 증거없다” 완강
소셜미디어의 암호화 메시지 해독이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테러 대처의 핵심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 등은 암호화된 메시지가 테러 세력들의 주요 통신수단이라며, 이를 해독하는데 업계가 협조해야 한다고 압력을 높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 대국민 연설에서 업계의 협조를 촉구했고,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날 <에이비시>(ABC) 방송에 출연해 샌버너디노 테러 사건과 관련해 “자생적으로 급진화된 이들의 사례를 볼 때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사용자들이 조직원 모집이나 테러 지시, 폭력 찬양을 하도록 업체들이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 등의 메시지 암호화가 계속 허용돼야 하는지 질문받자 “업계의 주장을 잘 알고 있고 존중하며, 누구도 사생활이 침해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모두 힘을 합쳐 최선의 방안을 찾아보자”고 촉구했다. 업계의 자발적인 협조를 먼저 당부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 쪽은 완강하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은 10월 <월스트리트 저널>이 주최한 회의에서 정부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메시지 감청활동을 강화했다며 이는 업계와 소비자 사이의 신뢰를 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암호화 메신저 업체인 텔레그램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는 앞서 자신들의 앱이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는 보도에 결코 죄책감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단호히 말하기도 했다. 텔레그램 쪽은 파리 테러 이후 이슬람국가(IS)에 연계된 일부 공개 채널을 작동불능으로 만들기는 했으나, 기본 정책은 고수하고 있다. 업계 쪽은 파리 테러에서도 용의자들이 암호화된 메시지가 아니라 일반 텍스트 메시지로 연락을 취했다며, 암호화된 메시지가 테러 공격에 직접적으로 사용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소셜미디어 등 첨단기술 업체들이 사용하는 암호화 기술은 해당 회사가 그 암호화된 메시지를 풀 수 있는 키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사용자의 해당 기기에서만 풀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암호화된 메시지를 제3자가 해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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