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22 19:30
수정 : 2015.11.2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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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진 출판기념회에서 만나 환담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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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귀국뒤 조문…영결식 참석 예정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오전(현지시각)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이렇게 밝힌 뒤 “정부는 관련 법과 유족들의 뜻을 살펴 예우를 갖춰 장례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 애도했다. 23일 새벽 귀국하는 박 대통령은 빈소를 직접 방문하고,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영결식에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생전 김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관계는 원만하지 못했다. 반독재·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을 “독재자”, “독재자의 딸”이라며 여러차례 공격했다. 박 대통령도 김 전 대통령을 “외환 관리조차 못해서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전직 대통령”(1999년)이라고 규정하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나라당 입당 선언에서 “국민이 피땀 흘려 일으킨 나라가 오늘 같은 난국에 처한 것을 보면 돌아가신 아버님이 생각나 목이 멜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첫번째 충돌은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한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를 강력히 비판하자,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업적 면이나 도덕성 면에서나 박 전 대통령이 1등을 차지한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꼴찌로 나타나지 않았느냐”고 날을 세웠다. 한동안 잠잠했던 ‘갈등’은 2010년 김 전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던 박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국민투표를 주장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집권 18년간 장기집권 등을 위해 네번이나 국민투표를 악용한 바 있지만, 세종시 문제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19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둘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같은 해 7월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김문수 경기지사가 김 전 대통령을 만나 “이번에는 토끼(김문수)가 사자(박근혜)를 잡는 격”이라고 각오를 밝히자, 김 전 대통령은 “그건 사자도 아니다. 아주 칠푼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을 해서는 안 된다. 역사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선출된 2012년 8월, 두 사람이 20분 동안 따로 만난 자리에서도 김 전 대통령은 “앞으로 많은 산을 넘으셔야 할 텐데 하여튼 잘하길 바란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답한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자신의 취임식에서 만난 이후엔 김 전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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