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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25 21:36 수정 : 2015.11.26 11:47

세대별로 다른 ‘YS 소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느끼는 소회는 세대별로 갈렸다. 김 전 대통령 재임 동안 유년 시절을 보낸 2030세대는 게임이나 만화, 문구용품 캐릭터 속 ‘친근한 와이에스(YS)’의 모습을 기억하며 아쉬워했다. 반면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의 극심했던 ‘취업난’과 1996년 ‘연세대 사태’와 ‘노동법 날치기’를 경험했던 3040세대들 가운데선 김 전 대통령을 ‘민주화의 큰 산’으로 재조명하는 지금의 분위기가 마냥 편치만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와이에스 지우개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초등학생이었던 강혜경(31)씨가 서거 소식을 듣자 제일 먼저 떠올린 건 ‘와이에스 지우개’였다.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줄무늬 파자마 바지를 입은 김 전 대통령이 그려진 이 지우개는 ‘지우개 따먹기’가 잘되는 지우개라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강씨는 “대통령의 영정사진이 오히려 낯설었다. 나에게 김 전 대통령은 ‘삼등신 캐릭터’로 더 크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YS 재임때 유년시절 20대~30대 초반
“YS 지우개 갖고 놀았죠
정치는 몰라도 YS는 알아”

당시 대학 다녔던 30대 후반~40대
“학생운동 토끼몰이 진압했는데
민주화 투쟁 칭송 편치 않아
구제금융 위기 부른 무능한 대통령”

와이에스는 잘 맞춰
와이에스는 내 친구

2030세대들은 어른들이 대통령 풍자 유머집을 보며 ‘개그감각’을 익히는 동안 콩알 같은 눈에 커다란 콧구멍을 부각한 대통령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와이에스를 찾아라’, ‘와이에스는 내 친구’ 등의 제목을 단 ‘게임북’은 특히 인기였다. 김유진(29)씨는 “문제를 풀며 답에 따라 적힌 페이지로 이동하며 문제를 푸는데 주인공이 김영삼 대통령과 대전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였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망토 뒤에 달린 고리를 움직이면 주먹이 나가는 김 전 대통령 인형 ‘03펀치’, 전세계의 지도자들과 김 전 대통령이 대전액션을 펼쳤던 ‘와이에스는 잘 맞춰’ 등을 떠올리며 “정치는 몰라도 와이에스는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머리 굵은’ 청년이었던 3040세대들은 김 전 대통령을 ‘민주화의 큰 산’이나 친숙한 대통령으로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1994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연달아 무너지는 걸 목격하고, 1996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학생들을 한 건물로 고립시켜놓고 경찰 ‘백골단’ 등을 투입해 무차별 연행한 ‘연세대 사태’ 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해 말엔 정리해고 등 노동유연화를 가능케 했던 ‘국회 노동법 날치기’ 사건도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직장인 전아무개(38)씨는 “나에게 김 전 대통령은 구제금융 위기를 불러 취업을 어렵게 한 ‘무능’한 대통령이고, 학생들을 토끼몰이로 진압했던 ‘탄압’의 대통령일 뿐”이라며 “돌아가신 분한테 좋은 말만 하는 게 우리 관례라지만, 1970~80년대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투쟁만 갖고 칭송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직장인 김아무개(36)씨도 “금융실명제·하나회 숙청 같은 성과로 김 대통령이 인기가 좋았지만 거기까지였다”며 “‘노동법 날치기’로 그를 비판했던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한때 ‘엑스(X)세대’ ‘신인류’로 불리기도 했던 이들은 ‘풍자가 가능했던 최초의 대통령’이었다는 데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줬다. 김승환(40)씨는 “그래도 대중문화가 풍요로웠던 것은 사실”이라며 “와이에스가 조롱과 풍자의 대상일 수는 있어도, 독재시절처럼 비판이나 원망의 대상으로 남아 있지는 않다”고 했다.

방준호 박태우 기자 whorun@hani.co.kr,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엠엘비파크·웃긴대학 게시글 갈무리

[관련 영상] YS 서거 특집, 민주의의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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