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2.19 19:10
수정 : 2016.02.23 14:39
진보 외치다 중도정당 입당
정동영 “노선은 좌우의 문제 아니다”
총선서 전주 덕진 출마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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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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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합류를 결정한 정동영 전 의원이 19일 “불평등 해소, 호남정치의 부활, 개성공단의 부활”을 외치며 정치 재개를 선언했다. 그러나 1년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하며 내세운 명분인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과 안철수 대표가 표방하는 ‘제3 중도정당’과는 노선 차이가 적지 않아 정치적 실익에 맞춘 정체성의 ‘급변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전 의원은 19일 고향인 전북 순창군 복흥면 답동리 마을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 덕진 출마를 밝히며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야당을 교체하고 전북에서 제1 야당이 국민의당으로 교체됨으로써 힘없고 ‘빽’없고 돈없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건설 업종에서 적용 가능한 공정임금법, 반값아파트특별법, 직접시공제 등 ‘불평등 시정 초기 3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 전 의원은 국민의당을 선택한 이유로 “노선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안철수 대표의 노선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나는 합리적 진보주의자다. 그것은 왼쪽이 아니라 아래쪽에 내려가는 노선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합리적 진보가 중도를 포괄하지 못하란 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선 “내가 안철수와 연대하는 이유는 (김종필과 연대했던) 김대중, (정몽준과 연대했던) 노무현, (안철수와 연대했던) 문재인과 한치도 다르지 않다”고도 말했다. 그는 전주 덕진 출마에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선 자신을 ‘돌아온 탕자’라 표현한 뒤, “왜 고향에 출마하느냐고 하는데 박근혜가 고향에서 5번 출마하는 동안 왜 고향에 출마하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수도권에서 낙선한 뒤엔 ‘정치적 둥지’를 찾아가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2015년 서울 관악을 낙선→2016년 덕진 출마’는 ‘2008년 동작을 낙선→2009년 덕진 출마’를 떠올리게 한다.
전주 덕진은 거물급 정치인의 복귀로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정 전 의원을 보좌하며 정계에 입문했던 현역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낡은 정치 분열의 정치에 맞서 싸우겠다”며 정면승부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당에서도 이미 김근식 통일위원장이 덕진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경쟁을 벼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당내 경선 후보자가 있다면 “마땅히 경선에 응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1석의 의석 중 김관영, 유성엽 의원 외엔 합류 의원이 없던 국민의당은 정 전 의원의 입당이 전북 전체 판세를 뒤흔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전 의원 합류에 마찬가지로 공을 들였던 더민주 내부에서는 그의 이번 선택으로 11석 가운데 “절반도 힘들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전국적으로 볼 때는 ‘정동영 효과’가 전북 안에서 그칠 것이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순창/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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