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28 18:11
수정 : 2015.12.2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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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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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아베 총리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선언
정대협 “일본 정부에 의한 위안부 불법성 명시 안해”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위안부 문제)의 해결 방안에 합의하고 합의 사항의 착실한 이행을 전제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했다. 그러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성명을 발표해 “한국 정부의 외교 행태는 가히 굴욕적”이라며 이번 한일회담이 ‘외교적 담합’이라고 비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외교부 청사)에서 15분 남짓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각자 발언하는 형식으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아베 총리의 사죄와 반성 표명, 일본 정부 예산을 투입한 위안부 문제 관련 한국 재단 설립,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상호 비난·비판 자제 등을 전제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확인한다고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아베 총리의 전화를 받고,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박 대통령은 외교장관 회담 뒤 청와대에서 기시다 외무상을 만나 “지난 11월2일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대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넘기지 않고, 양측이 노력해서 합의를 이뤄내게 돼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외무상은 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베 (신조)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기시다 외무상이 전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전(前)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고, 일·한 양국 정부가 협력하여 모든 전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시행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외무상은 일본 정부의 출연금은 10억엔 규모라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전제로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 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전제로 일본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고 밝혔다.
한-일 외교장관의 발표 내용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양국 정부가 상대 쪽에 요구해온 핵심 관심 사항을 맞교환하는 외교적 절충인 셈인데, 그 등가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일본 정부의 책임’이라는 표현은 이명박 정부 당시 노다 일본 정부와 협상을 벌이다 타결 직전에 무산된 이른바 ‘사사에안’이 제시한 ‘도의적 책임’에서 ‘도의적’이란 한정어를 떼어낸 것이지만, ‘법적 책임’ 인정을 명시한 것은 아니다. 아울러 위안소 문제에 관여한 주체로 ‘일본 정부’나 ‘일본군’이라 적시하지 않고 ‘군’이라고만 명시한 문구도 일본 쪽의 해석 여하에 따라선 추가 논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는 전시 일본 정부·군이 위안소 제도를 운영한 사실과 이런 사실이 전시에 여성의 인권을 유린한 반인도적 국가범죄임을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피해자 할머니와 정대협은 물론 유엔 등 국제사회의 인식을 회피·우회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이번 합의를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 확인한 터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철거·이전하라는 일본 정부의 끈질긴 요구에 따라 피해자 할머니와 정대협 등 시민사회를 상대로 소녀상 이전 설득 작업에 나서겠다는 뜻을 사실상 공개 표명한 것도 국내 여론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1990년대 초반 정대협 결성과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공개 증언 이래 사반세기 남짓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 대 일본 정부 구도로 전개돼온 위안부 문제의 논의·갈등 구도가 자칫하면 한국 정부 대 한국 시민사회 구도로 악화할 위험도 상당하다.
정대협은 이날 회담 결과에 대해 ‘모호하고 불완전한 합의’라고 정의한 뒤, “‘위안부’ 범죄가 일본 정부 및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사실과 그 불법성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직접 사죄해야 함에도 ‘대독사과’에 그쳤다”며 진정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후속 조처 사업에 대해서도 “재단을 설립함으로써 그 의무를 슬그머니 피해국 정부에 떠넘기고 손을 떼겠다는 의도다. 일본 내에서의 진상규명과 역사교육 등 재발방지 조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대협은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이번 합의를 두고 정부가 최종 해결 확인을 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며, 피해자들을 다시 한번 커다란 고통으로 내모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대협은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지난해 발표한 ‘일본 정부에 대한 제언’이란 피해자 중심의 해결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제훈 최혜정 김미향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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