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30 21:14
수정 : 2016.09.30 22:18
국방부 기조실장 김천 방문했다가
박 시장 면담거부로 되돌아가
성주투쟁위도 “모든 지역 연대”
원불교, 국방부앞서 규탄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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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 ‘촛불항의’ 국방부가 롯데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30일 밤 비가 오는 가운데 경북 김천역 광장에 1000여명의 김천시민들이 모여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성주/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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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14만 김천시민은 결사항전과 불퇴전의 각오로 박근혜 정권의 퇴진과 새누리당 반대 운동에 나서겠습니다. 불통과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찬 박근혜 정권을 끝장내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어 나가겠습니다.”
30일 오후 2시50분 경북 김천시 신음동 김천시청 2층 대회의실 밖에서 주민 이순식(48)씨가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결국 성주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키로 했다는 소식에 성주와 인근 김천 주민들은 분노를 폭발했다. 이씨는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롯데스카이힐 성주 골프장을 최종적인 주한미군 사드 체계 배치 부지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박보생 김천시장과 배낙호 김천시의회 의장, ‘성주 롯데시시(CC) 사드배치반대 김천투쟁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께 시청 대회의실에서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시장은 회견에서 “성주 골프장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 하지만 절대 포기 안한다. 계속 투쟁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백성철(56) 김천투쟁위 공동위원장은 “경북도와 국방부가 김천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국방부가 대가를 치르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 경북 성주군 경산리 성주군청 앞마당에서는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와 주민 100여명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민들은 ‘성주읍은 의리 지켜 (롯데골프장이 있는) 초전면도 지켜내자’, ‘성주읍은 김천 사드배치 막아내고 양심을 지켜내자’라고 적힌 손팻말을 만들어 나왔다. 성주투쟁위와 주민들은 “사드 배치 철회가 되는 그날까지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지역과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희(59)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 5100만명을 살리기 위해 성주 주민 4만5000명을 희생시키려 했다. 그리고 이번엔 4만5000명을 살리겠다며 성주 초전면 주민 5000명에게 사드를 떠밀며 계속 똑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충환(56) 공동위원장도 “성주나 김천이나 주민들은 사드 배치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는데 오늘까지도 정부가 주민과 만나는 대화의 자리는 없없다. 기존 사드 배치 부지인 성산포대든 성주 골프장이든 다같은 성주이며, 주민들은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국방부의 오늘 발표와 상관없이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에 해당 지역을 찾으려다 지역 주민의 반발을 우려한 탓인지 오전에 ‘기습 방문’을 해 주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황희종 국방부 기조실장은 이날 오전 11시 김천시청 대회의실에서 단식을 하는 박 시장과 배 의장에게 사드 배치 관련 설명을 하려 왔다 박 시장의 거부에 끝내 발길을 돌렸다. 성주 주민들은 오후 2시에 온다던 류재승 국방부 정책실장이 오전에 이미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을 만나고 돌아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듣고는 “국방부가 또 뒤통수를 때렸다”고 분노했다.
사드 부대 예정지 바로 아래 성지를 두고 있는 원불교 쪽도 사드 반대투쟁의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원불교 성주성지 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우리 원불교인들은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사무여한의 법인정신으로 정부의 부당한 결정에 맞서 가장 단호하게 맞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성주와 김천 주민들은 이날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밤늦도록 촛불집회를 열어 정부를 규탄했다. 김천 주민 1000여명은 김천역 광장에서 41일째 촛불집회를 열었고, 성주 주민 500여명도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80일째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김항곤 성주군수는 이날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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