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20 20:05
수정 : 2016.10.20 21:34
성주 촛불문화제 ‘100개의 등’ 행진
국방부의 발표날 군청마당서 시작
입장 바꾼 군수의 잇단 방해 불구
인도로 쫓겨나기도 하며 이어가
“물심양면 함께해준 국민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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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저녁 7시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건너편 주차장에서 주민들이 100일째 사드 배치 반대 촛불문화제에 나와 사드 배치 철회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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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반대 촛불문화제가 100일이 됐습니다. 소나기가 내려도 비바람이 쳐도 성주 촛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촛불을 들어준 성주 군민들이 자랑스럽고, 감사합니다.”
20일 저녁 7시30분께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건너편 주차장에서 열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대 성주 촛불문화제에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충환(56·수륜면)씨가 촛불을 든 주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200일이든 300일이든 사드 배치가 철회될 때까지 촛불을 들고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100일째를 맞은 사드 배치 반대 촛불문화제에는 600여명이 나와 촛불을 밝혔다. 주민들은 이날 촛불문화제가 시작되기 전 성주 촛불문화제 100일을 뜻하는 의미로 100개의 등을 들고 줄지어 성주읍 일대를 행진했다.
성주투쟁위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박수규(53·대가면)씨는 “처음 성주에 사드가 온다고 했을 때는 우리의 생존 문제라고 생각하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싸우다 보니까 이건 우리들만의 생존 문제를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지키는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주민들은 평화를 위해 싸워 왔다는 그런 자부심이 있다. 이 자부심이 100일 동안 촛불을 이어가게 만든 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주의 촛불은 지난 7월13일 국방부가 성주(성산포대) 사드 배치를 발표한 날 저녁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처음 켜졌다. 한때 촛불문화제에는 2000여명이 나왔지만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은 400여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밝힌 촛불이 꺼지지는 않았다.
성주의 촛불은 그동안 수많은 부침을 겪었다. 한때 촛불문화제에 나와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던 김항곤 성주군수는 지난 8월22일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는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의 장소를 결정해달라”며 입장을 바꿨다. 당시 성주군은 촛불문화제가 열리지 못하게 하려고 성주군청을 폐쇄하고 전기 공급을 차단하기도 했다.
61일째 촛불문화제가 열린 지난달 11일에는 성주군이 공무원과 관용차를 동원해 성주군청 앞마당을 아예 폐쇄했다. 그동안 촛불을 밝히던 장소에서 쫓겨난 주민들은 이날 저녁 성주문화원과 성주우체국 앞 인도(폭 1m)에서 촛불문화제를 이어나갔다. 주민들은 인도에서 15일 동안 촛불문화제를 하다가 지난달 26일 다시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촛불을 밝혔다. 성주군과 성주투쟁위의 합의로 성주군이 잠시 성주군청 앞마당을 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주군은 82일째 촛불문화제가 열린 지난 2일 덤프트럭 등을 동원해 또다시 성주군청 앞마당을 막았고 주민들은 입구 쪽에 모여 계속 촛불문화제를 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결국 성주군은 성주군청 건너편 주차장을 촛불문화제 장소로 내줬다. 주민들은 지난 7일부터 이곳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그동안 성주 투쟁을 지켜봐 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시며 함께해주신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를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해주셨기에 성주 군민들은 외롭지 않았고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성주투쟁위는 이날 100일째 촛불을 켜면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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