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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06 15:48 수정 : 2017.03.06 22:17

“명확하게 사드 때문이라고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한국 여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지만 그것이 중국 국가여유국 직원의 개인적 구두지침인지 당국의 공식 조처인지 확인하고 알아봐야 한다. 섣불리 대응했다간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양국 간 갈등이 격화하면 되레 우리가 큰코 다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사드 배치를 둘러싼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의 경제 보복이 파상적으로 진행되는 와중에 통상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차관·국장·과장마다 한결같이 내뱉은 말이다. 한국행 전세기 운항 중단 조처 이후 석달 가까이 지속되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반응이자 ‘전략적 선택’이다. “따질 건 의연하게 따지고 문제 제기할 것이다. 정부 대 정부 맞대결로 가는 건 국익 차원에서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령’의 경우 중국 국가여유국이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당국의 개입·주도’가 명백해졌으나, 그 뒤에도 전략적 선택은 바뀌지 않고 있다. 게임이론에 빗대면, 저쪽의 보복에 대한 ‘신중하고 차분한 대응’만이 여전히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반응’이며, 아직은 선택을 바꿀 만한 다른 유인이 없다는 것일까? 지난 1월, 산업부는 한국산 전기차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중단 조처에 대해서는 “중국의 재량권 행사로도 볼 수 있다”는 정세 판단을 했다. 대규모 화장품 통관 불허 직후에는 “국제무역에서 통관은 법규대로 하는 것이다. 한국에만 차별적 조처를 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요컨대 ‘증거가 없다’는 얘기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눈앞에서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다고 하자. 나뭇잎이 왜 떨어지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만약 바람이 의심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바람을 사진으로 찍어 증거로 대라는 격이다.

산업부의 본업과 임무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한 산업부 고위 관료는 “중국은 우리가 사드 포기로 돌아서기를 바라면서 엄포를 놓고 있다. 사드를 둘러싸고 우리 내부가 분열되고 흔들리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과민 반응하면 오히려 약점이 잡히고 말려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외교안보 이슈가 경제 영역으로 옮겨붙는 바람에 통상 담당 경제부처로서 몹시 곤혹스런 처지에 빠지게 된 사정은 있다. 일은 외교안보팀이 저질러놓고 수습은 통상당국이 떠맡게 된 형국이다. 한국 제품을 볼모로 삼은 중국의 교묘한 포위 공세가 연일 노골화하는데도 통상부처의 사고 회로에는 ‘외교적 판단’이 주로 작동하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 파동이 한 고비 넘기고 하루빨리 수그러들기만을 마냥 기다리는 듯한 무기력한 대응마저 보인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미온적인 상황에서 업계가 건의문을 제출한다고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며 한숨지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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