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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2 16:19 수정 : 2017.08.22 20:17

지난 19일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에서 열린 4차 소성리 평화행동에서 참가자들이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현장에서

지난 19일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에서 열린 4차 소성리 평화행동에서 참가자들이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소성리 부녀회장입니다. 김충환씨(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상임위원장)와 김충환씨 추종자들은 소성리 마을 오지 마십시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안에 지난 19일 이렇게 적힌 벽보가 붙었다. 소성리에서 사드 배치 반대 4차 평화행동이 열린 날이었다. 초전면을 뺀 성주 주민들은 이 글을 보고 격앙했다. 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끼리 이렇게 싸우는 것일까.

사드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 등 연대 단체들과 초전면 주민들은 주로 현장에서 사드를 막기 위한 물리적 투쟁을 강하게 하려한다. 반면 성주 주민들로 구성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는 일부 물리적 투쟁에 부정적이다. 이른바 ‘운동권 출신’이 아닌 성주의 일부 젊은 주민들은 때로는 ‘즐거운 투쟁’을 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투쟁 방식의 차이는 갈등을 넘어 불신을 낳았다.

“김충환 위원장은 제대로 투쟁할 생각이 없고 문재인 정부에 일하러 갈 것이다. 성주군수에 나가려고 사드 반대 투쟁을 했다.” 연대 단체와 초전면 주민 일부는 김충환 성주투쟁위 상임위원장을 이렇게 의심한다. “연대 단체들은 주민이 뽑아 놓은 김충환 위원장을 몰아내고 자신들 입맛에 맞는 성주투쟁위를 만들려고 한다.” 초전면 이외 일부 성주 주민들은 반대로 이런 의심을 한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김충환 위원장의 문재인 정부 참여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만약 김 위원장이 내년 지방선거 때 성주군수에 출마한다면, 표심 등 지역 현실을 감안할 때 사드 반대 투쟁을 하지 않는 것이 성주군수 당선에 유리하다.

연대 단체가 김 위원장을 몰아내려 한다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난 1년 동안 성주에서 매일 촛불을 들고 사드에 맞서 싸운 김 위원장에 대한 주민의 신뢰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성주투쟁위 임시총회에서 투표한 주민 158명 중 100명이 김 위원장 등 성주투쟁위 운영위를 재신임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금 성주 주민들은 근거가 약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을 하며 서로 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로 감정이 상해있고 불신이 쌓여있어 예전처럼 상시적인 연대가 불확실해졌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같은 곳을 향해 간다고 하더라도 길은 여러 갈래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최대한 빨리 가파른 길로, 다른 사람은 좀 돌아가더라도 평탄한 길로 가려 한다. 어떤 사람은 산을 보며, 다른 사람은 바다를 보며 가고 싶어한다. 이런 차이를 놓고 싸울 이유는 없다. 각자 가고 싶은 길을 가다 보면 서로 어디선가 만나게 된다.

“진정한 연대란 도대체 뭘까요?” 요즘 많은 성주 주민들은 서로 이렇게 묻는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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