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06 21:09
수정 : 2017.09.06 21:45
정부, 발사대 4기 ‘임시배치’ 강조하나
영구기지화 공사와 별차이 없어
‘일반 환경영향평가’도 요식행위
중 “배치 중단하고 설비 철거를”
정부가 6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강행하기로 함에 따라, 이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운 기정사실이 됐다. 사드 추가 배치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등 안보 환경 악화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강조해온 절차적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월 출범 이후 나라 안팎에서 사드 배치 압력을 받아왔다. 국내에선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사드 조기 배치를 주장했고 미국은 “사드 배치 결정은 한-미 간 공식 합의”라며 몰아세웠다. 북한은 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도발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환경영향평가 생략 등 절차 미비를 문제로 사드 배치를 미루려고 했던 문재인 정부로선 계속 곤혹스러운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애초 정부는 지난 7월28일 사드 배치 문제를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한 뒤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튿날 바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국방부는 이번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가 ‘임시 배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방부는 6일 다시 한번 “사드의 최종 배치 여부는 10~15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한 뒤 결정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번에 사드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와 함께 성주 기지에 대한 보강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들 공사에 필요한 건설장비와 자재는 7일 임시배치할 사드 발사대 4기와 함께 성주 기지에 반입된다.
국방부는 이들 공사의 법적 근거를 지난 4일 마무리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 찾았다. 그러나 이는 문재인 정부가 성주 기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편법”이라고 비판했던 것을 스스로 뒤집는 자기모순이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전임 박근혜 정부가 까다로운 ‘보통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전체 공여 부지 70만㎡를 32만㎡로 쪼갠 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받는 편법을 썼다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이들 공사가 지난 4월 기습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와 레이더, 발전차량, 사격통제소 등의 임시 보강공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사드 발사대의 콘크리트 구조물 공사, 내부 도로 공사와 전기 공사 등 영구 사드기지를 위한 공사와 별 차이가 없다. 이번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로 성주 기지엔 완편 사드 1개 포대가 놓이게 된다. 추가적인 공사를 통해 이들 사드 1개 포대의 영구 배치를 지원할 시설들도 완비된다. 사실상 영구 사드 배치 기지로 변모하게 된 셈이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사드 1개 포대의 성주 기지 배치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해주는 요식행위로 전락할 공산이 커졌다.
중국은 즉각 “즉각 배치 프로세스를 중단하고 관련 설비를 철거하라”며 반발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는 것은 관련국(한국)의 안보 우려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지역 전략 균형을 엄중하게 파괴시키고 중국을 포함한 지역국가들의 안보 이익에 손해를 끼치며, 동시에 한반도의 긴장과 대립을 악화시켜 한반도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며 “중국은 미국과 한국이 중국 등 지역 국가들의 안보 이익과 우려를 중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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