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31 18:31
수정 : 2006.02.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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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국회도서관 금융담당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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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양극화가 왜 발생했는지,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지, 그리고 그 해법은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양극화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여론주도층들은 대체로 정부대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주장의 근거는 그리 튼튼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양극화의 원인을 저성장과 규제에서 찾는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시장이 결정토록 해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만 한다면, 결국 경제 전체의 파이가 커져 양극화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경제의 작동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놓치고 있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화와 기술진보에 따라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주요 선진국의 새로운 사회경제적 의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 분야의 확대에 대한 비판 역시 성실한 관찰에 근거한 발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분야 정부지출 비중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4%)과는 아득히 멀기만 하다. 아직은 선진국이 아니기 때문에 분배나 복지문제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는 주장은 현실과 더욱 동떨어져 있다. 국민소득 1만달러 이하인 국가들의 복지지출 비중 또한 15.6%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는 사실은, 우리의 사회경제 시스템이 약자에 대한 배려는 소홀히 한 채 시장의 일방적인 우위 위에 작동해 왔음을 의미한다.
한편, 재원마련에 대한 비판도 문제를 안고 있다. 복지 분야의 지출 증대는 민간의 추가적 부담 없이 재정지출의 분야별 우선순위 조정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우리의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지출 비중은 오이시디 평균의 절반 수준이지만, 국방과 경제사업의 경우에는 오이시디 평균을 훌쩍 넘는다. 재원이 없다는 비판에 앞서,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해 재정지출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증세에 대해 무조건 죄악시하는 것 또한 합리적 태도는 아니다. 세금의 문제는 경제적 문제이기에 앞서 우선은 정치적인 문제로, 사회통합·소득분배·경제적 게임의 룰 등에 대한 그 사회의 가치관과 합의수준이 농축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실감각이 결여된 원론적인 논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좀더 구체적인 차원에서의 제도설계나 정책제안에 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증세냐 감세냐의 문제도 일반론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영역 속에서 논의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가령, 자본시장으로 초점을 좁혀 ‘주식 양도차익 과세’와 ‘장기 펀드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 부여’라는 경합하는 정책대안을 놓고 그 타당성들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진짜로 고민해야 할 구체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정부와 공공부문의 혁신을 어떻게 이루어낼 것이며, 복지서비스의 전달경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양질의 일자리는 교육·의료·물류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육성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보육·간병·요양·사회교육 등 사적 수익률은 낮지만 사회적 유용성이 높은 새로운 서비스 부문에 대한 투자를 통해 가능한 것인지를 허심탄회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부터 ‘양극화 논쟁’을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박종현/국회도서관 금융담당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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