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18일,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둘째)과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셋째) 등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만 3~4살 어린이에게 유아교육비와 보육료 월 22만원을 지원하는 ‘누리과정’을 2013년부터 확대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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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무슨 일이…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예산 분담을 둘러싼 갈등으로 보육현장이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놓인 가운데, 이는 결국 장밋빛 세수 예측에 근거해 재원 계획을 세우고, 재원 부담을 교육감들에게 넘기면서도 협의 과정도 생략하는 등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누리과정 도입이 초래한 필연적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 2012년 총·대선 앞두고 급조 이명박 정부는 2011년 5월 ‘만 5살 유아 무상교육’(누리과정)을 2012년 3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2011년 당시만 해도 누리과정의 몸집은 그리 크지 않았다. 대상 연령이 만 5살에 그쳤고, 소요 재원도 1조1388억원으로, 올해 필요한 누리과정 예산 4조원의 25% 정도였다. 당시 국회 교육 관련 상임위원회(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이었던 야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만 5살에 국한됐고, 이미 소득 하위 70% 이하는 유치원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 부담 요인이 많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만 5살 누리과정 도입을 확정한 지 불과 7개월 만인 2012년 1월, 누리과정을 만 3~5살로 확대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생겼다. 2011년 하반기 한나라당은 기존에 확고하게 밀어붙이던 무상급식 반대, 보편적 복지 반대 입장을 사실상 접고 ‘무상보육’을 2012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의 선거 공약으로 삼았다. 2011년 12월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제출하지도 않은 만 0~2살 무상보육 예산을 국회가 추가 편성해 통과시키기도 했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겨레>와 만나 “2011년 5월 ‘만 5살 누리과정’을 도입할 때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 생각은 일단 5살 먼저 하고 재정적인 측면도 꼼꼼하게 따진 뒤 4살, 3살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거였다”며 “그런데 2011년 연말에 여당이 먼저 깃발을 들었다. 원래는 야당이 하자고 하고 여당이 못 이기는 척 따라와야 하는데, 거꾸로가 됐다”고 말했다. 애초 만5세로 출발7개월만에 뒤집혀 3~5세 소요액은 8천억 과소 예측
세수 확보는 10조 과다 예측 교육감들과 협의 없이 일방통행
5년째 네탓 공방만 ‘신물’ 누리과정이 선거용으로 급조되면서 수조원에 이르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아주 ‘간단히’ 해결했다. 2013~2014년에는 일부, 2015년에는 전액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기로 한 것이다. 교부율 인상 논의는 없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 세수가 잘 걷히는 상황이라 교육교부금의 여유가 있었다. 학생 수가 줄고 있어 교부금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교육부가 누리과정을 교부금으로 충당한다고 해서 기재부는 그냥 수용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교육교부금이 연평균 8.2%, 해마다 3조원가량씩 증가해 2015년에 49조39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지난해 교육교부금은 39조4천억원에 그쳐 무려 10조원 차이가 났다. 사업에 얼마가 들어갈지 소요액 예측도 틀렸다. 당시 정부는 2015년 누리과정 예산 소요액을 3조1천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실제 2015년 누리과정 소요액 3조9천억원보다 8천억원을 적게 추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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