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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22 19:41 수정 : 2016.03.23 14:20

첫 진료 뒤 사흘 지나 보건당국에 신고
악수 등 접촉으론 감염 안돼
헌혈·성관계땐 전파될 수도
첫 환자 헌혈한 적 없어…상태 양호
“국내 확산·소두증 가능성 적어”

국내 처음으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22일 오후 방역 전문요원들이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시설에 소독액을 뿌리며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공항/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2일 해외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입국한 환자가 확인되면서 브라질 등에서와 같이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소두증 환자가 국내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쪽은 이 환자로 인한 추가 감염이나 소두증 환자 발생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 브라질에서 모기 물려 감염 추정 국내 첫 환자는 43살 남성이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달리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 않고 악수나 포옹 등 일상적인 접촉으로도 전파되지 않는다. 단 수혈과 성관계로 전파될 가능성은 있다. 귀국한 뒤 이 환자는 헌혈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가 그사이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면 이 환자로 인한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현재 이 환자는 발열 등 관련 증상이 거의 없어질 정도로 상태가 양호해 퇴원을 앞두고 있다.

이 환자는 지카 바이러스 환자 발생 지역인 브라질 북동부인 세아라주에 지난 2월17일부터 3월9일까지 22일간 출장을 갔다가 이 질환을 옮기는 모기에 물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의 잠복기를 고려해볼 때 지난 2일 정도에 모기에 물리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자체 역학조사에서 이 환자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스스로 주의했지만 물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브라질에서 독일을 경유해 지난 11일 귀국했지만, 그 당시에는 발열 등과 같은 증상이 없어 공항 검색대를 통과했다. 질병관리본부와 법무부 사이 구축돼 있는 협조 시스템으로 이 환자가 브라질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귀국일을 비롯해 귀국 뒤 닷새째와 열흘째 ‘발열이나 발진 등 지카 바이러스 증상이 나타나면 신고하라’는 문자가 세차례 전달됐다. 이 환자는 귀국 뒤 닷새째인 16일부터 발열 등이 나타나 이틀 뒤에 광양에 있는 선린의원을 찾았고, 다시 하루 뒤인 19일부터 발진과 근육통이 나타나 이틀 뒤에 다시 이 의료기관을 찾았다. 진료를 다시 한 의사가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의심해 광양시 보건소에 신고했고, 보건소에서 전남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체를 보내 확진이 이뤄진 것이다.

■ 처음 진료했을 때에는 신고 안해 이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 처음 선린의원을 찾았을 때, 의원 쪽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에 대해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을 놓고, 방역체계가 느슨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지난 1월29일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됐으며, 이에 따라 이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한 의사는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선린의원은 16일에는 발열만 있어 좀 더 관찰하자는 입장이었고, 이후 18일에 발진 등이 추가되자 보건소에 신고했다. 현재 정부 지침은 37.5도 이상 고열 또는 발진과 함께 근육통 관절통 결막염 두통 중 하나 이상이 동반되면 신고를 하도록 돼있다.

정 본부장은 “(지카 환자를) 놓쳤기보다는 신중하게 판단한 것이다. 외국 다녀온 뒤 열나고 조금 근육 아프다고 다 지카 감염이라고 하면, 혼선을 빚을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는 적절하게 판단을 한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열과 근육통만 있었으면 당장 판단은 어렵다. 다만 브라질에 다녀 온 점을 감안하면 신고를 바로 했어야 하는데,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지카 감염이 전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 신고가 다소 늦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메르스 유행 때에는 첫 환자가 확진된 뒤 거의 20일이 지나 병원명을 공개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환자가 입원해 치료받고 있는 병원명을 곧바로 공개한 점은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첫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생긴 만큼 보건당국은 현재의 검역 체계를 유지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모기 방제 작업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또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대책반과 상황실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다만 감염병 위기 단계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의 치명률과 전파 가능성이 낮은 점을 고려해, 관심 단계인 현 단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지카 바이러스

이집트숲모기나 흰줄숲모기에 살고 있는 바이러스로 이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사람을 물었을 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2015년 이전에는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태평양 섬 지역에서 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이 있다가, 2015년 5월 브라질에서 감염 발생이 보고된 뒤 지난 3월 중순 기준 총 42개국에서 감염이 확인됐다. 발열, 피부 발진, 관절통 등이 주요 증상이며, 감염돼도 10명 가운데 8명은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저절로 낫는다. 다만 임신부가 감염되면 소두증이 있는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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