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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27 19:20 수정 : 2016.02.11 11:25

야권 분열·호남민심 악화 책임
“내 탓…노여움 풀어달라”
당분간 양산 집 머물기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넘긴 뒤 잡았던 손을 놓고 연단을 내려가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7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2·8 전당대회로 시작된 354일 동안의 여정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에 전권을 넘긴 뒤,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띄웠다. 대표로서 보낸 지난 1년을 “큰 영광이었고 고통이었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가장 큰 고통으로 호남 의원들의 탈당과 호남 민심 악화를 들었다. 그는 호남 유권자들을 향해 “이유야 어찌 됐든 제 책임이고 제가 부족해 그렇게 된 것이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노여움을 풀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온갖 흔들기 속에서도 혁신의 원칙을 지켰고 실천했다”며 자부심도 내비쳤다.

“영일(寧日)이 없는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다”는 그의 말처럼, 문재인 체제에서 더민주는 하루도 조용한 날 없이 갈등과 분열로 점철된 시간을 보냈다. 대표 취임 뒤 두달여 만에 실시된 4·29 재보궐선거는 그 시작이었다. 비주류는 지속적으로 책임론을 제기했고, 문 대표는 이를 ‘지도부 흔들기’로 규정하며 맞섰다. 그가 주도한 혁신위원회의 활동은 안철수 의원의 반발에 부닥쳤다. 두 사람의 충돌은 급기야 지난해 12월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이어졌고, 이후 김한길·박지원 등 의원 16명이 줄줄이 당을 떠났다.

문 대표에게 돌아오는 책임론은 계파와 생각이 다른 이들을 끌어안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1야당의 분열은 야권 지지자들에게 4·13 총선 패배의 암울한 전망을 드리우고 있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비주류와 좀더 소통을 잘하거나, 실력으로 제압했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온갖 상처를 입으면서도, 대표직에서 물러나기 직전까지 자신이 말한 원칙과 약속을 지키려 했다는 평가도 있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약속한 ‘시스템 공천’을 당헌·당규에 못박아 관철시킨 것, 스스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새 인물들을 발굴해 호평을 받은 것 등이다. 그의 측근들이 누누이 강조해온 ‘질서있는 퇴진’의 모양새를 갖춘 셈이다.

문 대표는 설 연휴까지 경남 양산의 자택에 머물며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앞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무슨 일이든 돕겠다며 ‘백의종군’을 다짐하고 있다. 총선 불출마를 약속했지만, 당이 필요로 한다면 출마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그러나 측근들 사이에선 야당의 세가 약한 부산에서 낙선할 경우 대선 주자로서 치명상을 입을 것을 우려해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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