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발언’ 언론플레이 하다 ‘참사’
안철수 “큰 결례…송구스럽다” 사과
몰래 녹음한 안의원실 실무자 사표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왼쪽)과 박주선 통합신당 창당준비위원장(오른쪽)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 선언을 한 뒤 악수하
고 있다. 박 의원의 합류로 국민의당 의석은 17석으로 늘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민의당이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안철수 의원의 비공개 면담을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녹음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사실이 27일 드러나면서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새정치를 강조해온 국민의당이 호남 민심을 얻으려고 무리한 ‘언론 플레이’를 했다가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의원이 실무진의 녹음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새정치를 강조해온 그로선 적잖이 타격을 입게 됐다.
안 의원은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녹음 사실을 인정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큰 결례를 했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낙상으로 병원에 입원중인 이 이사장을 문병하고 온 뒤에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당은 녹음에 책임을 물어 안 의원실 실무자의 사표를 받았다고 밝혔다. 최원식 대변인은 “권고사직 형태다. 유출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언론에 제공했는지, 다른 사람을 통한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실무진은 공개 면담 자리에서 녹음을 하다 비공개 전환 뒤 종료하는 걸 잊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고 국민의당 쪽은 전했다. 녹음은 실무진의 ‘단독’ 행동일 뿐이고 당직을 맡은 것도 아닌 만큼 추가 조처는 없다는 게 국민의당 설명이다.
지난 4일 새해 인사차 이 이사장을 예방한 안 의원은 비공개 독대를 했고, 이 자리엔 안 의원 수행자 일부가 함께했다. 안 의원은 예방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새해 덕담과 함께 신당이 정권교체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며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는 말씀도 해주셨다”고 밝혔다. 이후 <중앙일보>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희망을 느낀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고 이 이사장이 말했다고 안 의원 쪽이 전했다”고까지 보도했다. 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걸씨는 “어머님은 안 의원의 말을 듣기만 했을 뿐 다른 말을 한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최근 <월간중앙> 2월호에 비공개 면담 녹취록이 보도되면서 부도덕한 ‘녹취 행위’와 ‘언론 플레이’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 이사장이 안 의원이 전한 것처럼 “정권교체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한 내용은 없었다.
안 의원은 자신이 전한 이 이사장의 발언과 녹취록 내용이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선 “제가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밀알이 되겠다고 했고, 거기에 대해 격려의 말씀을 해주셔서 힘을 얻었다”고 답했다. 이 이사장의 말을 과장해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국민의당 관계자는 “여러 해석과 판단이 있을 수 있다. 내용에 관해서 이희호 여사 쪽과 특별히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나눈 적은 없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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