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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27 20:05 수정 : 2016.02.11 11:23

김종인은 원래 보수 정치인이다. 정치 출발점도 전두환 시절 민정당이었고, 노태우 정권에서 장관과 경제수석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의 조카사위이기도 하니 그가 박근혜 정권 창출에 기여한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과거 이력을 들어 그의 더불어민주당 합류를 비판하기도 하는데, 문재인이 그를 영입한 건 잘한 일이라고 본다. 외연 확장에서도, 경제민주화 상징성 측면에서도 야권에 보탬이 될 것이다. 안철수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살아 계셨다면 절대 동의하시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노무현도 대통령이 되기 전엔 김종인에게 공을 들였다. 양주를 들고 찾아갈 정도였다. 김종인은 ‘박근혜 정치’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인물이기도 하니 야권이 굳이 비토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걸리는 건 ‘포지션’이다. 그는 2012년 박근혜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했다.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과 ‘투톱’을 이뤄 경쟁하고 견제도 했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란 상품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자리배치였다. 지금은 어떤가. 영입된 지 2주 만에 일약 제1야당 총수로 등극했다. 선대위원장에 이어 27일로 당무를 총괄하는 비대위원장까지 겸하게 됐다. 비대위 구성도 전적으로 그의 작품이라고 한다. 권력이 그에게 쏠리면서 당 안팎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김종인은 고유한 정책브랜드를 지닌 드문 정치인인데, 아무래도 주특기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게 됐다.

공천관리위원회도 비대위가 구성할 것이므로 공천권도 사실상 김종인의 수중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선혈 낭자한 공천 권력투쟁의 복판에서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휘둘러야 할 판이다. 그런데 뇌물수수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그의 전력이 공천 과정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김상곤 혁신안’은 비리 연루 인물이 공천받고자 할 경우 사면복권이 됐더라도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김종인은 ‘비리 연루자 공천 배제’ 등 공천을 최종적으로 총괄하고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김종인의 ‘전력’이 김상곤의 ‘혁신’과 충돌할 수 있다.

김종인 독주 체제는 구조적 위험 요소도 안고 있다. 그는 본디 불같은 성격이다. 박근혜 캠프에서도 몇 차례나 짐을 싸며 사퇴 배수진을 치고 요구를 관철했다. 박 대통령도 그가 캠프에 있는 동안엔 어쩌지 못했다. 백의종군의 길을 떠난 문재인도 김종인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 행여 그가 짐을 싸겠다고 나서기라도 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와르르 무너져내릴 위험이 있다. 비주류는 떠났고 ‘친노’는 물러섰으며 나머지는 칼자루를 쥔 김종인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이제 당내에서 김종인에게 쓴소리할 수 있는 인물은 불출마를 선언한 김성곤, 최재성 의원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김종인이 아무리 위험하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려도 통제력이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탈당한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호준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앉히려다가 사달이 난 걸 보면 그는 아직 당내 사정에도 어두운 것 같다. 브레이크 없는 과적 차량에 과속을 즐기는 초보 운전자가 앉으면 위험천만 아니겠는가.

임석규 정치 에디터
국보위 참여 전력 논란에 대한 초기 대응도 김종인 독주 체제의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 한참 실점을 하고서야 27일 뒤늦게 사과하긴 했지만 그가 너무도 당당한 태도를 보였는데도 주변에선 그를 옹호하기에 바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자신을 스스로 파멸로 몰아갈 위험이 있다. 김종인은 경륜이 있는 인물이지만 예외일 수 없다.

임석규 정치 에디터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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