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윤상원 열사의 묘를 무릎꿇고 참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윤상원·박관현 열사 묘 앞에서 고개 숙여
‘국보위 전력’ 논란 커지자 사과하며 진화
5·18단체 일부 회원 “참배 자격있나” 항의
“전두환 때 받은 훈장도 반납 안 한 사람이 참배할 자격이 있나.”(박남선 5·18항쟁 구속자동지회 회장)
“왜 5·18을 정치에 이용하나, 부끄럽지도 않나. 당신들 한나라당 간 사람이….”(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31일 오전 5·18 민중항쟁추모탑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5월 단체 회원 30여명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원장의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 이력을 문제 삼으며 참배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김종인 위원장과 함께 5·18 민주묘역을 찾은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5·18 구속 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등 관계자들은 참배를 막아서는 이들과 고성과 삿대질을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과 박영선 비대위원, 이종걸 원내대표 등 더민주 지도부는 5월 단체 사이의 언쟁과 몸싸움을 2m 떨어진 거리에서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참배는 예정보다 24분 정도 늦게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앞두고 5·18 정신실천연합 회원들로부터 과거 국보위 전력을 비난받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뒤 첫 지역 방문으로 30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김 위원은 전두환 정권 시절 국보위 참여 이력을 이틀 연속 사과하며 더민주에 싸늘한 호남 민심을 다독이는데 온 힘을 쏟았다.
김 위원장은 전날에도 5·18 단체 관계자들과 저녁을 먹으며 “계엄사령부가 광주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 조금이라도 찬동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자신의 국보위 이력을 향한 비판을 불식시키는 데 진력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묘에 참배하고 박관현 열사의 묘 앞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 그는 묘역 관계자들에게 ““(전두환) 정권에 참여했는데, 광주의 상황을 와서 보니 제가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되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후 광주시당 사무실에서 열린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야권 분열에 대한 사과를 전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마치 새로운 것을 보면 뭐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생각에서 당이 분열됐다”며 “정말 광주 호남에 미래에 희망 될 수 있는 정당으로 될 소망을 가지고 변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도 일제히 “마음을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영선 의원은 “광주시민들이 요즘 더민주에 차가운 매를 주시고 있다. 5·18 묘역에서 김 위원장이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진심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더민주에 복당한 이용섭 전 의원은 “더민주가 야권의 맏형으로서 분열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지도부의 광주 방문 일정에는 한때 탈당을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영록·이개호 의원도 참석했다.
지난 29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더민주의 호남 지지도는 29%,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지지도는 25%로 집계됐다. 1월3주 32%(더민주), 26%(국민의당)를 기록하는 등 두 정당에 대한 호남 민심은 이리저리 요동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문으로 흔들리는 광주 민심을 잡고 총선 관련 기구 구성 등 총선 준비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이날 오후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부인 권양숙씨를 만났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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