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청춘, 정치를 직접 묻다_전순옥 편
한 사람의 인생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게 인터뷰입니다. 말을 하는 사람은 인터뷰‘이’이지만 그 말을 끌어내는 사람은 인터뷰‘어’입니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세계관이 한데 어우러져 완성된 텍스트가 인터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정치BAR에서는 새로운 인터뷰를 시도합니다. 정치팀 기자가 아닌 청년들이 정치인을 만납니다. <한겨레> 토요판에 ‘술탄 오브 더 티브이’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이승한씨와 20대 청년 강남규·유지영씨가 그들입니다. 기존 정치 문법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정치인과 대화를 나눕니다. 색다른 케미가 기대되는 ‘청춘, 정치를 직접 묻다’! 이제 시작합니다.
2016년 1월29일 한겨레 정치바 전순옥의원 인터뷰. 왼쪽 부터 유지영,강남규, 이승한, 전순옥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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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받은 ‘비례 1번’ Q. 활동에 비해 언론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어요. 거물 위주로 돌아가는 여의도 생태계 잘못인지, 언론의 잘못인지, 의원님이 정치를 잘 모르고 들어온 탓인지? A. “세 개가 다 그런데 셋 중 하나라면 마지막 거. 내가 정치를 너무 모르고 들어왔다는 거요.” Q. 정치를 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였는지? A. “내가 영국에서 왔을 때 노무현 대통령 때도 콜이 많았어요. 근데 11년 동안 현장에 있으면서 내가 질문했던 답을 못찾았기 때문에 현장을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 2012년도에 10년 넘으니까 내가 해보고 싶은 거 다하고 사단법인도 4개나 만들고 학교도 만들고 뭐도 만들고 회사도 만들고 했는데 양쪽에서 제안이 오니까. 그때도 안 하려고 했어요. 서울대 조동성 교수 전화가 왔어요. 만나자고. 그 분이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인지도 몰랐어요. 내가 친구한테 ‘이 사람이 전화가 와서 만나자고 하는데 왜 그럴까’ 물으니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이야’ 이러는 거예요. 또 전화가 왔길래 ‘저는 안 만납니다. 정치를 안할 거니까요’ 거절했는데 ‘차 한잔만 마시면 안되겠느냐’고 창신동에 찾아온 거예요. ‘정치를 왜 안하느냐고’ 물어서 ‘정치를 하게 되면 주변에서 눈치를 많이 봐야 하고 어떻게 새누리당에 가느냐 비판이 있을 텐데’라고 했죠. 그런 사람들 때문에 새누리당 안 간 건 아니에요. 제가 가기 싫어요. 내 철학과 안 맞으니까. ‘가기 싫다’고 그러니까 곧 ‘민주통합당에서도 콜을 할 텐데 거기라도 가셔서 꼭 정치를 하세요. 전 박사님이 하려는 동대문의 이런 것들 정치를 통해 이뤄낼 수 있다. 그래서 꼭 하시라’ 이러더라고요. 민주통합당에서 제안이 있었어요. 그날 마지막 비례대표 신청하는데 5시까지 해야 해요. 해야 하는데 4시까지 신청을 안 했어. 입금을 하면서 비례신청을 해야 해요. 솔직히 300만원도 없었고. 그런데 내 친구가 컴퓨터로 입력을 하고 자기 돈을 넣어서 신청을 한 거예요. 그러고 얼마 있다가 1500만원을 내야 한대요. 확정이 되고 내는 거라고. 그것도 그날까지 돈이 없어서 못내고 신청 안하고 있으니까 선배 의원 한 사람이 전화가 와서 ‘왜 아직까지 신청을 안했어?’라고 해서 ‘돈도 없고 그래서 있었다’고 그러니 ‘너 미쳤니?’ 하면서 자기가 또 입금을 시켜줬어.(웃음) 최영희 전 의원님이. 그래서 국회의원이 됐어요 어쨌든. (웃음)” Q. ‘도시형 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해 2015년 5월부터 시행됐다고 들었습니다. 일명 ‘전순옥 법’이라고도 하던데 어떤 내용이죠? A. “그 동안에는 기술자들을 누구도 인정 안 했잖아요. 인터뷰하시는 분들도 기술 배워야겠다는 생각 안 해봤죠? 그래서 지금 있는 기술자들도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어떤 자부심이나 가치라든가, 그런 걸 전혀 갖지 않은 상태에서 일만 한 거예요. 그랬는데 법을 통해 이 사람들이 ‘정부가 우리를 위해 이런 법도 만드네. 우리가 열심히 하면 기술도 인정을 받을 수 있겠어.’ 이런 생각을 가진다는 거예요. 이게 희망이잖아요. 내 세대에서만 끝내버리려 했던 직업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려 하고, 자식들도 자기들이 해보겠다는 비전을 이야기하는 거.” Q. 사실 정부나 사회에서는 서비스업 위주로 산업구조를 기조로 잡고 있고 더 이상 제조업은 미래 먹거리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A. “정부가 제조업이나 우리 사회에 대해 몰라요. 산업부는 계속해서 그동안 산업 정책을 대기업 중심으로 해왔거든요. 제조업에 대해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에 싼 임금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가격 경쟁력만 있어야 한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노동 시장이 고학력이잖아요. 노동력이 약한 거예요. 그러니까 제조업이 사양 산업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소공인이 지금 정부 추산 31만개가 있는데 정책을 계속 추진해서 3년 후부터는 1년에 31만개의 일자리가 나오는 제조업으로 만들려고 해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드는 거예요. 젊은 청년이 갖고 있는 ICT 기술이나 상상력 이런 걸 전문 기술이랑 어떻게 연결 시키느냐, 그게 융복합이잖아요. 예를 들어 성수동에 가서 수제화하는 장인들이랑 만나서 신발에다가 칩을 하나 집어넣는 거예요. 행적을 추적하는 칩을. 치매 환자나 어린아이들 신발에 집어넣는 거죠.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서 발전을 시켜서 10년 후에 우리 경제의 일정 부분을 책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 의원은 이후 이어진 소상공인 정책 관련 질문들에 ‘알차고 길고 열정적으로’ 답변했다. 요컨대 소상공인이야말로 산업화의 역군이었음에도 오늘날 가장 소외된 직업군이기 때문에 이들을 대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었다. “산업화 시기 힘들게 일했던 사람들이 왜 아직까지 계속 똑같은 일을 하고 있나, 이게 나에게 하나의 질문으로 떠오른 거죠.” 소상공인 정책에 대한 그의 입장은 곧잘 보도돼 있으니 궁금한 독자라면 몇 번의 검색으로 금세 그 내용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그의 ‘정치’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고 싶었다.
2016년 1월29일 한겨레 정치바 전순옥의원 인터뷰.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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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든 비례든 정치는 계속… Q. 계속 정치하실 건가요? A.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 사람들에게 희망이 돼주는 차원에서라도 국회의원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Q. 슬슬 다른 의원들은 총선에서 어디 나간다는 얘기들이 들려오는 반면 전 의원님은 들리는 소식이 없어요. A. “서울 중구나 대구를 후보로 뒀어요. 국회의원으로서 해온 일을 다시 할 수 있는 지역하고도 연결이 돼야죠. 중구에는 동대문·남대문 시장이 있고, 신당동에 가면 공장이 2천개가 있어요. 을지로에는 인쇄업이 있고. 대구는 섬유의 도시고요. 섬유나 패션 관련한 연구소, 섬유 공단이 전부 대구에 있어요. 아니면 비례대표 재출마. 지금도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한 지역에 매이지 않고 이런 이슈(소공인)를 할 수 있었거든요. 현재는 대구는 접었고 중구나 비례대표 중에 생각하는 중이에요.” Q. 대구로 나가신다고 하면 당에서도 ‘험지’ 출마라고 딱히 말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A. “그래서 조사를 좀 했죠. 대구에는 김부겸 전 의원님이 있잖아요. 그래서 김부겸 의원님하고 작년 3월에 의논을 좀 했어요.” Q. 이런 이야기가 언론에 나와야 되는데. (웃음) 중구에는 더민주의 정호준 현역 의원이 있고, 새누리당에서는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 지상욱 전 의원이 나온다던데요. A. “그 사람들이 거기 와서 뭘 할지는 모르겠어요. 중구는 하나의 산업 현장이거든요. 동대문 시장이 1년에 24조 원짜리 시장이에요. 카드를 사용하고 세무서에 등록에 돼 있는 것만 그 정도예요. 굉장히 큰 시장이죠. 그 시장을 중심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옷을 만들어서 납품하는 사람들이나 디자인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곳 점원들까지 수십만이거든요. 그런 시장에 현역 의원들은 관심을 안 가져요. 일부가 중구에 살긴 하지만 대부분은 장사하러 다른 데서 오는 사람들이니까 표가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불만이 많아요. ‘아. 그러면 전순옥 의원 나오면 우리 여기(중구)로 이사 오겠다’ 이래요.” (웃음) Q. 당내 경선이 붙을 텐데, 자신은 있으세요? A. “정책적으로 자신이 있죠. 저는 중구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어요. 공장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특화 지원센터도 많이 만들었어요. 그리고 평화시장이 중구에 있어요. 전태일 다리가 있고요. 16살 때부터 거기서 일했습니다. 거기가 우리 삶의 무대입니다. 집 주소만 다른 데 있지.” Q. 비례도 생각하시고요? A. “네. 나는 비례대표에 대해 정치권이 줄였다 늘렸다 하는 게 굉장히 잘못 생각한다고 봐요. 앞으로 비례가 훨씬 더 많아져야 해요. 그래야 법이 제대로 만들어질 거예요. 정말 다수의 힘없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법이. 지금은 지역구 의원들이 뭘 만들려면 지역에 이해관계가 많은 거예요. 지역에 힘센 사람들이 ‘너 이거 만들면 안 찍을 거야’, 이런 압력들 때문에 정말 만들어야 하는 법도 못 만들고. 법안 공동발의나 상임위 발언도 잘 못해요.” Q. 비례대표 재선이 당 상황 상 힘들지 않나요? A. “왜 힘들어요? 비례대표는 전문성을 갖고 들어온 사람들이잖아요. 근데 임기 1년만 넘으면 재선하려고 어느 지역을 잡아야 하나 고민하고, 2년만 넘으면 지역에 전념하느라고 실제로 일을 전문성을 갖고 못해요. 그렇게 되면 비례로서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끊임없이 당에 이야길 했어요. 혁신위원회 꾸려졌을 때 비례대표랑 토론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비례대표를 재선할 수 있도록 만들라고 했어요. 그게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됐고요.” Q. 선거구 획정 협상하면서 비례대표 7석 줄이는 걸로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한 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정말 잘못됐죠. 노동법 개혁을 붙들고 싸우는 것보다 이걸 갖고 더 싸웠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정기간 싸우다가 국민들에게 그렇게 선언을 해야죠. ‘우리는 야당이기 때문에 도저히 (현행법을) 지켜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린 합의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너희들이 말하는 수십만 개 일자리가 언제부터 나오는지 지켜보겠다. 만약 못 만들면 너희들은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통과를 시켜줘야죠. 정말 싸워야 하는 건 선거제도라고 봐요. 지방에 있는 의원들과의 동료의식, 이런 것 때문에 선거구 획정을 합의했다고 봐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협상이 아니에요.” Q. 만약 의원님께서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1번을 정한다면 어떤 분을 택하시겠어요? 요즘 당내에 굉장히 많은 분들이 영입되셨고 양향자씨도 회자가 많이 됐고. A. “근데 그 분 인터뷰 한 거 봤어요? 삼성이나 기업이나 경제민주화나 이런 내용에 대해서. 그러니까 정말 우리는요. 핵심을 모르는 거예요. 그사람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이 호남이고 그 안에서 상무까지 되기가 힘들었겠죠. 여성으로서. 그건 저는 존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 이야기하는 건 이런 거더라고요. ‘경제민주화 얘기하면서 기업이랑 어떤 컨센선스가 있었냐.’ 그리고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는 ‘자기가 책임자는 아니었지만 임원들이 문제 공유하고 있었다. 삼성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로 알고 있다.’ 자기가 기업에 있던 한 사람으로서 기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그런 건 좋아요. 저는 대기업들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고 있진 않아요. 정경유착이나 정부 특혜를 받아서 재벌이 됐지만, 어쨌든 재벌이 우리나라에 있는 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봐요.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렇지만 그들이 장점을 살려서 제대로 되려면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죠. 양향자씨가 이야기하는 것, 그러니까 기업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이해는 하는데, 경제민주화에 대해서 기업과의 컨센서스 얘기하는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예요.” Q. 이번에 새로 영입되신 분들이 대체로 대기업 간부, 교수, 유명한 디자이너 등이에요. 성공한 사람들이겠죠. 특히나 사회에서 경쟁을 뚫고 그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어떻게 보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계층이 아니라 특정 계층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죠. 지난 번 총선 때 전순옥 의원이 1번 순번을 받은 것과 달리 당의 기조가 많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있어요. A. “많이 바뀌었죠. 어쩌면 우리 당 지도자들이 생각할 때 그게 사회의 흐름이고 그걸 따라잡으려 한 것 아닐까요. CEO 출신 안철수 의원을 견제하려는 것도 있을 테고. 나는 우리 당이 앞으로도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영입할 거라는 기대를 버리지는 않아요. 어쨌든 사람들을 귀하게 생각해야 해요. 당의 정체성이 있잖아요. 토양이 있는데, 들어온 사람들이 잘 섞이면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고. 우리 당의 정체성에 맞는 사람들을 좀 더 영입하고, 이런 저런 사람들이 잘 어울릴 수 있는 진짜 그런 용광로 같은, 벽을 허무는 당으로서 변모를 갖춘다면 미래는 있겠지요.” Q. 정치인으로서 대중과 스킨십 늘릴 생각은 없으신가요? A. “저는 현장에 가서 엄청 하고 있죠. 현장 다니느라고 오늘도 일정을 두 개나 취소했는데요.” Q. 사람들이 정치인을 접하는 건 저녁에 퇴근해서 ‘9시 뉴스’ 보면서잖아요. 거기엔 전순옥이 안 나오고.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광을 잘 파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 거죠. 근데 어쨌든 정치인이라는 게 광을 팔아야 하는 자리가 아닙니까? A. “그렇죠. 처음 국회에 들어왔을 때 선배 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하는 이야기가, ‘네 부고 전하는 것 외에는 막말을 하든 뭐든 무조건 언론에 나가야 한다’고 하는 거예요. 그게 거부감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정치권이 욕먹을 수밖에 없는 거구나. 정치를 바꿔야 해요. 그리고 내가 현장에 다니면서, 소상공인이 나를 원해서, 그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국회의원이 돼야 하는 거예요. 내가 막말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박근혜 비판하면 언론에 잘 나오겠죠. 얼마나 잘 나오겠어요? 근데 나는 그런 거 하기 싫거든요.” _______
야당의 운동권 사고방식?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2016년 1월29일 한겨레 정치바 전순옥의원 인터뷰.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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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26·대학생), 유지영(25·취업준비생), 정리/강남규 slothlove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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