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정치개혁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까. 그는 이제 정치권 안으로 들어가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개혁하는 일정을 시작했다. 표창원 위원이 지난달 2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기 전 분장을 받고 있다. 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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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르포
표창원과의 1박2일
▶ ‘정치인들은 다 똑같아. 뽑아주기 전에는 굽신굽신하다 뽑아주면 코빼기도 안 보여!’ 정치 불신이 심한 국민들이 자주하는 말입니다. 정치인이 되면 대체 왜 다들 똑같이 변하는 걸까요? 표창원 전 경찰대학 교수가 더불어민주당에 지난해 말 입당했습니다. 표 전 교수는 정치권 바깥에서 우리 사회와 정치에 대해 여러 쓴소리를 해왔습니다. 그런 그가 정치권안의 모습을 한달여간 관찰해본 소감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인터뷰 요청을 하고 1박2일간 그의 일정을 함께했습니다.
정치라는 말의 어원을 돌이켜 본다. 영어로 정치는 폴리틱스(politics)다.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도시국가)에서 따온 말이다. 폴리스 주민들은 공평하게 나라 운영에 참여했다. 일상의 작은 영역 또한 정치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삶과 정치가 따로 분리되지 않았다.
우리 시대의 정치는 조롱과 혐오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해외 누리꾼들은 정치를 이렇게 비꼰다. ‘poly’는 많다는 뜻이고 ‘ticks’는 피 빨아먹는 진드기이니, 정치란 ‘피 빨아먹는 진드기 집단’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정치가 일상의 영역이란 생각은 희미해졌다. 한국 사회의 정서도 냉소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54.2%에 그쳤다. 국민 절반이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체 정치인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고 국민은 생각한다.
정치권 바깥에서 우리 사회와 정치에 대해 쓴소리를 해온 표창원 전 경찰대학 교수가 지난해 12월 말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그가 한달여간 살펴본 ‘정치의 세계’는 어땠을까. 그의 일상과 최근의 고민을 살피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가 예정된 지난달 27일 그는 갑자기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 중 한 명으로 발표됐다.
이날 아침 기자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표 전 교수의 목소리가 좀 다급했다. “아무래도 일정을 변경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급히 국회로 돌아가고 있어요. 김종인 위원장이 제가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해서…. 우리는 김포공항에서 오후 3시 이후 만납시다.” 이날 오전 만나기로 한 약속은 오후로 변경됐다.
“총알받이 되는 거 아니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오후 3시 비대위 회의가 끝나자마자 택시를 불러 다른 비대위원들과 함께 김포공항으로 왔다. 이날 저녁 부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토크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다. 표 위원은 이날 콘서트의 주요 강연자였다.
오후 3시30분 공항 3층 12번 게이트 앞 간이 커피숍에서 표 위원이 동료들과 함께 오후 4시 출발 예정인 비행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표 위원에게 비대위원 발탁을 축하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글쎄요. 축하받을 일인가요. 이거 총알받이 되는 거 아니야?” 동료들이 그의 농담에 함께 웃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이 표 위원과 함께 앉아 있었다. 그는 표 위원의 고민을 듣고 있었다. “제가 범죄문제 전문가잖아요. 억울하다고 페이스북으로 메시지 보내오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변호사와 상담하라고 해도 그 사람들은 못 믿겠다는 거죠. 만약 제가 국회의원이 되면 더 많이 찾아올 텐데, 그게 걱정이에요. 현실에서는 제약이 많을 텐데.” 김병기 전 처장은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20대 여성이 표창원 비대위원을 알아보고 “어디 가세요?”라고 물었다. 표 위원은 어디를 가도 불쑥 인사를 건네는 시민들을 만난다. 흡사 연예인 같은 인기다. “부산에 가요!” 신사복 차림의 표 위원이 작은 배낭을 등에 메고 비행기로 연결된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본격적인 대화는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50여분 동안 진행됐다. 그는 이코노미석 중간에 앉았다.
-요즘 잠은 몇시간 주무세요?
“많이 바쁘네요. 어제 4시간 정도 잤어요. 그저께는 5시간 정도?”
-갑자기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표됐어요.
“전혀 예상 못한 일이었어요. 오늘 아침에 간선도로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고 있었는데 김종인 위원장이 전화를 해와 중앙위원회의 참석하라고 했어요. 제가 드라마 한가운데 있는 거 같아요.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이 자꾸 벌어지니.”
-정치인이 된 한달 동안 목표했던 것은 다 이뤘나요?
“할 수 있는 건 다 한 거 같아요. 제가 당에 들어오고 나서 다들 야당이 달라지겠다는 희망을 품는 것 같아요.”
-당 외부 영입 인사가 비대위원으로 깜짝 발표되는 건 신선하게 느껴지면서도 검증되지 않은 신인 정치인에 대한 안팎의 우려도 있어요.
“씁쓸하고 슬픈 겁니다. 제가 영국에 있었을 때(표창원 위원은 1993년 영국 엑서터대학교로 유학을 가 경찰학과 범죄학을 전공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동당 대표가 되는 사람들은 청년 때부터 정치를 해온 사람들이었어요. 우리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친노 패권’이라는 말을 둘러싼 논란은 안에서 실제 어떻게 보이던가요?
“친노라는 명칭이 왜 부정적으로 사용되는지 이해가 안 돼요. 아마 패권이란 주장을 하고 싶어 친노를 갖다 붙인 것 같은데 제가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볼 때의 차이를 별로 못 느끼고 있어요. 인적 혁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인적 혁신의 대상이 되니까 친노 패권이나 인적 혁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같아요. 제대로 된 용어는 (친노) 주류-비주류인 것 같습니다.”
-비대위원이 되시니 말조심을 하시는 것 아닌가요?
“표현상 절제하는 것은 맞죠. 하지만 제 말의 내용을 숨기지는 않아요.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물론 제가 한달 안에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애초 당에 문제제기 하던 분들은 당을 이미 떠난 상태였습니다. 저는 중앙에서 당의 비상시국을 끌고 가는 분들만 보고 말씀드린 것이란 한계는 분명 있습니다.”
정치권 바깥에서 정치 비판하다정치권 안으로 들어간 표창원
더민주 비대위원까지 되었다
현실 제약 속에 정치개혁 꿈
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종편 앵커에 돌직구 발언 화제
“방송사 가다 질문지 받았는데
제작진에게 사전 경고하고 갔어요
논리 없고 편견에 찬 질문 하면
오류 깨달으라고 역질문 던져요”
지난달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사람의 힘 콘퍼런스’에서 표창원 비대위원이 더민주당 로고가 찍힌 선거 홍보물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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