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2.19 17:41 수정 : 2016.02.22 17:58

정치BAR_당헌·당규로 톺아본 김무성-이한구 발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전략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위원회 해산시키겠다”, “당대표도 공천 안 준 적 있다”는 등의 말폭탄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어마무시한 이 발언들의 신빙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정치BAR가 새누리당 당헌·당규를 중심으로 팩트 체크에 나섰습니다.

지난 2월16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정치적 소수자를 위해 원칙적으로 17개 광역시·도에서 1~3곳을 우선추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과 당원을 참여시키는 경선 방식으로 대다수 지역의 후보자를 선출하되 광역시·도별로 최대 3곳까지는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친박계의 ‘진박 심기’를 경계하며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내세운 김무성 대표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발언입니다. 김 대표가 즉각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 당헌·당규의 우선추천 조항을 살펴보겠습니다.

새누리당 당헌 제103조 (우선추천지역의 선정 등)
① 각종 공직선거(지역구)에 있어 우선추천지역을 선정할 수 있다.
② ‘우선추천지역’이라 함은 다음 각호의 사유로 선정된 지역을 말한다.
1.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역
2. 공모에 신청한 후보자가 없거나, 여론조사 결과 등을 참작하여 추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
③ 우선추천지역의 선정은 국회의원, 시·도지사 및 자치구·시·군의 장 선거의 경우는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하고…

당헌에서는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 배려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 등을 참작하여 추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도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하게 돼있습니다. 선정 주체는 이한구 위원장이 이끄는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입니다. ‘전략공천’이라는 용어를 안 썼을 뿐이지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하게 낮은 곳에” 특정 후보를 내리꽂는 ‘우선추천’은 전략공천이 맞습니다. 그러므로 “전략공천으로 활용할 수 없다. 당헌·당규를 벗어났다”는 김 대표의 주장은, 본인의 생각일 뿐입니다.

국회의원 후보자를 심사·선정하며 ‘전략지역’을 선정하는 게 당헌에 규정된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역할입니다. 공관위의 결정을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하는 곳은 최고위원회입니다. 만약 최고위에서 공관위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다시 공관위로 사안이 넘어가게 되는데 공관위원 3분의2가 의결하면 그대로 확정됩니다. 현재 새누리당 최고위는 김무성 대표를 포함해 9명(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김을동, 이정현, 안대희, 원유철, 김정훈)으로 구성돼 있는데 김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친박’에 가까운 인사로 분류됩니다. 공관위는 내·외부 인사 11명으로 구성됐는데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사무부총장을 제외하고는 친박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공관위가 결정하는 전략공천의 지역이나 후보자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변수는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의 후보자 등록 조항이 그것입니다.

공직선거법 49조(후보자등록 등)
②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와 지역구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 있어서는 정당 추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가 신청하되, 추천정당의 당인(黨印) 및 그 대표자의 직인이 날인된 추천서와 본인승낙서(대통령 선거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및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선거에 한한다)를 등록신청서에 첨부하여야 한다.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 등록을 할 때 정당 대표의 직인이 찍힌 추천서가 필요하다는 거죠. 김무성 대표가 공천장에 도장을 안 찍으면 후보자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전권을 쥐었던 추미애 선거대책위원장의 공천안에 조순형 대표가 반대하면서 각기 다른 당 대표 직인이 찍힌 후보자 추천 명단이 중앙선관위에 제출되는 ‘옥쇄 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도장 안 찍겠다”는 김 대표의 반응은 단순한 몽니가 아니라 ‘니들이 내 말 안 들으면 갈 데까지 갈 수 있다’는, 최후의 카드를 살짝 내보인 셈이죠.

새누리당 공직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당 대표가 가진 실질적인 권한은 없습니다. 김 대표가 “당헌·당규에 어긋날 경우 위원회를 해산시키겠다”고 했지만 당헌·당규에 위원회 해산 조항도 없습니다. 당헌 99조에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는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사와 국민참여선거인단대회 등 상향식 추천방식을 통해 선정하고, 최고위원회의의 의결로 확정되며 대표최고위원이 추천한다”고 돼있지만 대부분의 지역구를 상향식 공천으로, 그중 몇 곳을 전략공천으로 후보자를 선정하더라도 당 대표의 ‘추천’은 행정적 추인 정도로 보는 게 옳습니다. “당 대표가 공천에 아무 권한이 없다”는 건 맞는 말입니다.

이 위원장은 “과거에 당 대표에게 공천 안 준 적이 있다”며 김 대표를 사실상 ‘협박’했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자당 등등에서 본인이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이상 당 대표가 공천을 받지 못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혹시 그런 사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의원단 모임인 의원총회는 국회에서 법률을 처리하거나 야당과의 협상 등 원내 의제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체입니다. 당헌·당규상에서 현역의원들의 모임인 의원총회는 공천과 관련한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현역 의원 중에는 김 대표를 지지하는 비박계가 다수이고 물갈이 수단이 될 수 있는 전략공천에 반대하는 정서가 김 대표와 일치합니다.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전략공천 시도에 제동을 걸겠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인 것이죠. 공관위와 친박계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는 김 대표의 궁박한 처지를 반영하는 발언이기도 합니다.

김무성과 이한구, 비박-친박 ‘공천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